김건희의 ‘휠체어 퇴원’

2025-06-29

‘휠체어’ 하면 영국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1942~2018)가 떠오른다. 21세 때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전신이 마비된 그는 생전에 거의 모든 시간과 일상을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 살았다. 전동 휠체어와 특수 장치는 그가 강의실·연구실과 대중 앞에서 자유롭게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가 됐고, 천체물리학 천재의 지적 탐구와 탁월한 업적을 이어가는 동반자였다.

이 휠체어가 한국에서는 가끔 엉뚱한 ‘무대장치’로 등장한다. 횡령·배임·뇌물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재벌 총수나 정치인들이 검경의 소환 수사를 전후해 몸이 아프다는 ‘감성팔이’ 수법으로 악용하곤 했다. 세인의 뇌리에 오래 남아 있는 게 1997년 정태수 한보그룹 전 회장이다. 외환위기 도화선이 된 비자금과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할 때, 그는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고 산소호흡기까지 들고 휠체어에 앉았다. 일시적으로 수사·일상·말이 힘들다고 휠체어를 동원하고, 곧 위기만 넘기면 훌훌 털고 일어나 시민들을 허탈·분노케 한 재벌·권력자들이 한둘인가. 지금껏 변호사들도 의뢰인에게 그걸 권한단다.

이번엔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부인 김건희씨가 입방아에 올랐다. 주가 조작·공천 개입 의혹 등 소환 조사에 불응한 그는 지난 16일 우울증을 호소하며 서울아산병원 특실에 입원했고, 27일 남편이 미는 휠체어에 앉아 퇴원했다. 인터넷 매체에는 김씨가 병원 앞에서 차량에 탑승할 땐 스스로 일어났고, 심지어 휠체어를 걷어차기까지 했고, 집 안에서 걸어다니는 장면도 소개됐다. 특검 수사 코앞의 우울증이 ‘입원쇼’ 시비를 일으킨 지 11일 만에, 휠체어 타고 병원을 나서는 ‘퇴원쇼’가 손가락질을 받은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이 수사를 받으면 누구나 ‘휠체어 단계’를 거친다.” 국내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라파엘 라시드 기자가 SNS에 김씨의 퇴원 소식을 전하며 붙인 글이다. 얼마나 익숙한 장면이었으면, ‘휠체어 단계’라는 표현까지 썼을까 싶다. 국민 대다수 시선에도 김씨의 휠체어 퇴원에 동정 여론은 없다. 아니, 혈압이 오르고 부아가 치민다는 목소리가 많다. 온갖 ‘대통령놀이’를 하고 법기술을 쓰며 국민 밉상이 된 그의 자업자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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