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탐구] 천연가스 '無관세화 추진'...가계·산업 숨통 틔어질까

2025-09-02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고유가, 고물가, 관세 전쟁 등과 맞물려 에너지 가격은 가계와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최대 난제로 부상했다. 이 거대한 부담 속에서 '천연가스 무관세'라는 카드가 던져져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는 주요 나라들이 대부분 천연가스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천연가스를 100%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며, 보호할 만한 국내 산업 기반도 없어 관세 부과의 실효성이 낮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허성무 의원(10인 공동발의)이 발의한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천연가스 수입 시 부과되는 3% 관세를 아예 없애 국민 부담을 덜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는데,

허 의원실에 따르면 천연가스 수입에 대한 관세 부과는 주택용 가스요금의 인상,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산업체의 경쟁력 악화, 전기요금 상승 등 국민 부담의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가 재정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라는 현실적 장벽을 내세우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천연가스 무관세화는 민생 구원의 길일까, 아니면 장기적인 재정 위기를 초래할 독이 든 성배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용 전가, 천연가스 관세의 경제적 파급 효과

대한민국은 천연가스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다. 이 수입 과정에서 부과되는 3%의 관세는 단순히 작은 숫자로 치부할 수 없는 막대한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첫째, 천연가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의 도입 원가를 직접적으로 높이는 요인이 된다. 가스공사 측은 공기업인 자사의 원가 절감은 결국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요금 인하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한다.

허성무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가스공사가 3%의 기본세율을 모두 납부했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관세액이 추정된다.

비록 2022년과 2024년처럼 할당관세 0%가 적용된 시기도 있었으나, 이는 일시적인 정책 조치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원가 구조를 개선하지 못한다. 결국 가스공사의 누적된 재무 부담은 미수금 형태로 쌓여 국민의 가스요금 인상 압력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둘째,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구매 원가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LNG는 국내 전력 생산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2024년 한전의 전체 전력 구매비용 중 37.2%를 LNG 발전이 차지했다.

문제는 LNG 발전 단가가 원자력이나 유연탄보다 현저히 높아, 전력 시장 가격(SMP)을 결정하는 데 압도적인 영향(2024년 93.3% 기여)을 미친다는 점이다.

즉, 천연가스 관세로 인한 LNG 수입 가격 상승은 한전의 발전 연료비용을 높이고, 이는 다시 한전의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심화시키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관세 인하가 SMP(전력시장가격)를 낮춰, 전체 전기 요금 인하에도 기여하고 AI 및 데이터 센터와 같은 미래 산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처럼 3%의 관세는 가스공사와 한전이라는 거대 공기업을 매개로 국민 가계와 산업 전반에 걸쳐 '부담의 사슬'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에너지 비용 부담의 고리를 끊기 위해 허성무 의원은 천연가스에 대한 '무세(無稅)' 전환을 제안한 것이다. 법안의 핵심은 관세법상의 천연가스 관세율 3%를 아예 삭제하자는 것이다. 의원실은 이를 통해 핵심 기대효과를 제시하며 국민과 산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허성무 의원, 검증된 가스요금 경감 효과의 영구화

허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이미 '할당관세'를 통해 국민 부담 경감 효과가 입증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스공사 역시 이미 임시방편으로 적용되어 온 할당관세로 인해 상당한 요금 인하 효과가 있었음을 언급하며, 무관세 전환은 이러한 임시방편 없이도 국민들이 영구적으로 요금 인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하여 정책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2021년 말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 이후 2023년 3월까지 할당관세 적용으로 약 1조 2085억원의 가스요금 감소 효과가 있었으며, 2024년에도 1529억 원의 추가 감소가 예상돼 총 1조 3614억원의 누적 경감액이 추정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KDI)의 보고서에서는 2025년 천연가스 무관세가 적용될 경우 약 2974억 원의 원료비 절감액이 발생하고, 이는 구체적으로 주택용 0.8%, 산업용 0.84%, 발전용 0.89%의 요금 인하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천연가스가 1차 에너지원인 만큼, 요금 인하는 소비자 물가 안정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수 감소 상회하는 국민·산업 편익

가장 논쟁적인 '세수 감소' 우려에 대해 의원실은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 절감으로 인한 전기요금 하락이 발생하며, 이는 세수 감소액보다 국민에게 돌아가는 총체적 편익이 훨씬 크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가스공사는 KDI 등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서도 이러한 국민 편익이 세수 감소 폭(약 2,900억~3,000억 원)을 충분히 상회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

즉, 세금을 덜 걷는 것보다 국민들이 아낄 수 있는 비용이 더 크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는 이득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마치 민생경제 안정금처럼 국민 모두에게 바로 돌아가는 즉각적인 혜택이며, 산업 지원 효과도 크다고 덧붙인다.

나아가 천연가스를 연료나 원료로 사용하는 약 1.6만 개에 달하는 중소 산업체들은 원가 부담 완화를 통해 채산성을 확보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경영 실적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스공사는 무역 전쟁과 경기 침체 속에서 민생 안정과 산업체 부담 완화가 곧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 확보로 이어진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기획재정부 '빨간불', "재정 위기 자초" vs. "국민 편익 우선" 충돌

그러나 이러한 '무세' 전환론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단호한 '빨간불'을 켜고 있다. 기재부의 핵심 우려는 명확하다.

'세수 감소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관세 수입 포기는 현재 심화되고 있는 국가 재정 적자와 늘어나는 국가 부채를 감안할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다.

기재부는 "세수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필수 공공 서비스와 복지 사업의 재원"이라며, "만약 세수가 감소한다면 이는 다른 분야의 예산 삭감이나 재원 마련을 위한 다른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천연가스 무관세가 다른 국민들에게 '숨겨진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기재부는 '영향 평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국민 편익이 세수 감소액을 상회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편익이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돌아가는지, 특정 산업에 대한 혜택이 과도한 특혜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는지, 그리고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 계획과 탈탄소 전환이라는 국가적 목표에 부합하는지 등 다각도의 심층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적 성과에만 매몰되어 재정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기재부의 굳건한 신중론이다.

천연가스 '무관세' 전환 논의는 단순한 세법 개정을 넘어선 한국 경제의 복합 방정식을 제시한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전력공사의 만성 적자를 해소하고, 고통받는 국민 가계와 산업계에 즉각적인 숨통을 틔워줄 '필요악'이라는 찬성론. 반면, 예측 불가능한 세수 감소로 국가 재정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는 반대론도 존재하고 있다.

이번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에서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야 할 숙명을 안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민생의 고통을 덜어주는 즉각적인 처방과 국가 재정의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를 두고 고심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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