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가뜩이나 힘든데…트럼프, 새 CEO에 "당장 물러나라" 왜

2025-08-0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종합 반도체 회사 인텔의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에게 ‘즉각 사임’을 요구했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탄 CEO는 미국 대통령의 직접적인 사임 요구로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인텔 CEO는 심각한 이해충돌 상태로 즉각 사임해야 한다”며 “이 문제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적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톰 코튼 의원이 인텔에 서한을 보냈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코튼 의원은 탄 CEO가 중국 공산당 및 중국 군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반도체 기업들과 연관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인텔 이사회에 해명을 요구했다.

탄 CEO의 중국 관련 의혹은 지난 4월부터 제기돼 왔다. 로이터 통신은 탄 CEO가 직접 운영하는 벤처펀드 ‘월든’을 통해 2012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인민해방군의 공급업체를 포함한 중국 기업에 최소 2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 자금이 투입됐거나 국유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20개의 기업·펀드에 월든이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탄 CEO가 투자 지분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탄 CEO가 인텔 수장을 맡기 전까지 10년 이상 경영해온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의 미국 수출통제 규제 위반 건도 논란이 됐다. 케이던스는 수년 동안 중국 인민해방군의 현대화와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수퍼컴퓨터를 개발하는 중국 대학 등에 민감한 기술을 이전한 혐의로 지난달 미국 정부로부터 1억40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경영난 인텔은 향후 어디로?

말레이시아 태생 중국계 미국인인 탄 CEO는 기술투자자이자 반도체 전문가다. 인텔 이사회 이사로도 역임해온 그는 몰락해가는 인텔을 구원할 투수로 꼽히며 지난 3월 CEO에 선임됐다. 이후 탄 CEO는 대대적인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했으며, 전임 CEO인 펫 겔싱어가 주력해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인텔 살리기에 주력해왔다. 지난 2분기에는 4조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하자 추가 감원 및 해외 공장 건설 프로젝트 전면 백지화 등 고강도의 효율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텔은 이날 자사 뉴스룸에 “인텔·이사회·립부탄 CEO는 미국 국가 및 경제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데 헌신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에 맞춰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인텔은 미 행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다”라는 글을 올리며 탄 CEO를 해임할 의사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외신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직접 해임을 언급했다는 사실 자체가 탄 CEO와 인텔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라덴버그 탈만 자산운용의 필 블랑카토 CEO는 “미국 대통령이 기업 경영을 누가 맡으라 지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의 의견은 분명 가치 있고 설득력이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전날보다 3.14% 내린 19.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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