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中수출 수익 15% 정부에…이 계약, 트럼프 작품

2025-08-12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에 반도체 칩을 수출하는 대가로 판매 수익의 15%를 미 연방정부에 내기로 했는데, 이 이례적 계약을 추진한 당사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밝혀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2일 엔비디아와 AMD가 우여곡절 끝에 반도체 칩 중국 판매 허가를 받은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엔비디아의 젠슨황 CEO(최고경영자)와 협상해 판매수익 15%의 미 연방정부 이전을 결정했다. 당초 20%를 요구했으나 협상을 통해 15%로 낮춘 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엔비디아가 판매 허가를 받은 칩은 H20 모델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유사한 AI용 하위 버전에 대해서도 중국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SCMP에 “가속 컴퓨팅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 규정 범위에서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전 세계 시장 참여를 위해 미 정부가 정한 규칙을 따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AMD는 MI308 칩을 중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SCMP는 AMD도 엔비디아와 비슷한 협상 과정을 거쳐 대중 판매 허가를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AMD는 이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이런 전례없는 협상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컨설팅업체 브런즈윅 그룹의 수석 고문인 크리스토퍼 파딜라 전 미상무부 차관은 “수출 통제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지 정부 수입을 늘리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냉전 이후 미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가 사용된 80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통제하는 품목을 수출하려고 정부에 라이선스(허가) 비용을 지불한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영문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오로지 미국의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자유무역의 핵심 원칙을 훼손할뿐더러 정부와 기업 간 전통적 관계의 균형을 깨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기업들이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에 칩을 수출하려는 이유를 “미 행정부의 첨단 기술 제품 대중국 수출 규제로 미국 기술 기업들이 딜레마에 빠졌지만, 엄청난 중국 시장 규모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고사양 AI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불허하자 그보다 성능이 낮은 H20 칩을 제작해 중국에 수출했으나, 트럼프정부는 지난해 그 마저도 불허했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 4월 희토류 대미 수출 통제로 압박하자 지난달 초 다시 수출을 허가했다.

H20은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특화해 만든 칩이어서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대체 수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공개한 추론 AI 모델에도 H20이 활용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H20 수출 통제로 엔비디아는 지금까지 55억달러(약 7조65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가 트럼프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분석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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