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와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모로 닮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포개지는 건 아니다. 두 교황 모두 자신의 고유한 색깔을 갖고 있다. 많은 사람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적 지향과 사회를 향한 사랑이 후임 교황에게 계승되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그 기도가 통한 걸까. 두 교황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짚어본다.
◇‘최초’ 타이틀의 교황=가톨릭은 유럽에서 출발한 종교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로마제국)다. 그러다 보니 신대륙은 늘 변방이었다. 가톨릭 2000년 역사에서 교황은 늘 이탈리아의 전유물이었고, 최근에서야 폴란드(요한 바오로 2세)와 독일(베네딕토 16세) 등 유럽으로 넓어졌을 뿐이다.

그러다가 2013년 처음으로 남미에서 교황이 등장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새 교황 레오 14세도 마찬가지다.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이다. 미국 언론은 그에 대해 “만약 미국 출신이 아니었다면, 이미 교황 후보에 올랐을 것”이라고 평한다. 이처럼 두 교황은 유럽, 특히 로마에서 멀리 떨어진 신대륙 출신의 ‘최초’ 교황이다. 한 사람은 남미 최초, 또 한 사람은 북미 최초다.
◇이탈리아의 핏줄=교황은 원래 로마의 주교였다. 그러니 교황은 이탈리아인의 몫이었다. 이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시에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르헨티나 출신’이란 말을 앞에 붙이길 꺼렸다.
이유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조부모가 모두 이탈리아 사람이다. 조부모 때 아르헨티나에 이민을 갔다. 부모도 모두 이탈리아인이다. 핏줄로만 따지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온전히 이탈리아 사람이다.
레오 14세 교황의 몸에도 이탈리아의 피가 흐른다. 아버지가 프랑스ㆍ이탈리아계이고, 어머니는 스페인계다. 가톨릭 고위직을 지낸 한 관계자는 “교황 후보가 이탈리아계라면, 교황 선출 때 아무래도 이탈리아 추기경들의 거부감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도회 출신의 교황=예수회 출신의 첫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예수회는 교황 직속의 수도회다. 젊은 시절,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 신학교를 다니다가 예수회에 들어갔다. 수도회에서는 강한 영성 훈련을 한다. 이 때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강론에는 늘 남다른 영성의 깊이와 울림이 있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레오 14세 교황도 수도회 출신이다. 처음에는 고민했다. 가톨릭 교구의 사제가 될까, 아니면 수도회에 들어가 수사가 될까. 결국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 들어갔다. 수도회의 정신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일까. 가톨릭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레오 14세 교황에 대해 “새 교황님께서는 수도회 전통에 기반을 둔 깊은 영성과 교황청 내에서의 행정 경험을 동시에 갖추신 분”이라고 평했다.
◇수도자의 영성=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의 영성’을 추구했다. 아르헨티나 추기경 시절에도 자가용과 운전기사를 사양하고 지하철을 타고 다녔다. 마피아가 장악한 빈민촌에 가서 사목 활동도 했다. 교황이 된 후에도 붉은 구두와 붉은 망토를 거절하고, 사제들의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했다. 수도회의 영적 지향을 자신의 구체적인 삶으로 증명한 셈이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의 첫 교황이 레오 14세다. 이 수도회의 모토는 ‘봉사’다. 세상을 향해 교회가 해야 할 일에 대한 봉사다. 미국 출신인 레오 14세는 남미 페루에 가서 정글과 산악 지대, 빈민가와 거친 바닷가를 넘나들며 20년간 선교 활동을 했다. 수도회 수사로서, 사제로서, 주교로서 지금껏 보여준 그의 영적 지향이 교황의 자리에서는 어떤 식으로 표현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