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하면 동문서답하라” 메모, 모르는 건 “뒤에서 알려줘”···이진숙의 ‘청문회 커닝’

2025-07-17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현안 질문에 잇따라 뒷자리 공무원들 도움 받아

여당서도 ‘학습 부족’ 질타···“공무원도 직무유기”

“모르는 것에 ‘잘 알고 있다’ 대답하고 답변하지 마라.”

“곤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라. 그리고 시간을 가지십쇼. 또는 동문서답해라.”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원회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날 오후 11시 넘어 이 후보자가 지니고 있던 ‘답변 지침’이 공개됐다. 교육부 공무원으로 구성된 이 후보자 인사청문준비단에서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였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장관 후보자 위에 이렇게 쓰여 있는 포스트잇 붙어 있죠?”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 측에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진 않았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오죽하면 교육부 공무원들도 후보자를 불안해하면서 이랬겠냐”고 했다.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은 상황을 정리하며 “만약에 붙였다면 공직자들이 장관을 위에서 붙였을 텐데, 장관을 위해 붙이면 안 된다.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사항 중 하나는 ‘커닝’이었다. 이 후보자는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묻고 구체적인 수치를 묻는 질문이 들어올 때면, 당황하며 미리 준비한 자료집을 뒤적이거나 뒤에 있던 교육부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조정훈 의원이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묻자 이 후보자는 고개를 숙여 준비된 자료집을 넘겼다. 그러자 조 의원이 “그거 보지 마시고 솔직하게 좀 얘기해보세요. 이 시간쯤 되면 이제 자기 얘기 할 때도 되지 않았나요”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입시 구조나 불안심리로 인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현상으로 보고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교육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이 “유초중등 교육과 고등교육 재정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묻자 이 후보자는 “자료를 봤는데 지금 현재 수치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서 의원이 재차 “대략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는지” 묻자 이 후보자는 “8대2 정도 된다. 뒤에서 알려줘서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 뒤에 배석하고 있던 교육부 공무원들이 알려줬다는 뜻이었다.

이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내내 사교육비 규모,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 등을 묻는 질문이나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등 핵심 교육 현안에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오전에도 조정훈 의원이 자사고·특목고에 관한 견해를 묻자 이 후보자는 자료집을 뒤적이며 답변을 머뭇거렸다. 조정훈 의원이 “커닝하는 건가”라고 말하자, 이 후보자는 “저 공부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게 줄곧 자녀조기유학, 논문 표절 의혹 등에 해명 기회를 줬던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후보자의 학습 부족을 문제삼는 의견이 나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가 AI교과서, 유보통합 등 현안에 숙지되지 않은 답변을 연이어 내놓자 “인사청문회 준비하는 뒷자리 앉은 분들(교육부 공무원)도 직무유기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 후보자가 고등교육 전문가니까 초중등 교육 분야는 숙지가 안 돼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 준비하라고 뒤에 계신 분들이 함께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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