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민의힘, ‘지자체 형평, 소비효과 의문’ 반대
민주당 ‘지원 소상공인 범위 더 넓고 지자체별 차등지원하면 돼”
추경 통과 지연 우려…타협 여지는 있어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증액 문제를 놓고 국회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용자 편의성이나 소상공인 지원범위를 고려하면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1조원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나 기획재정부와 국민의힘은 지역화폐의 소비진작 효과가 낮다며 반대했다. 양측이 타협하지 않으면 시급한 추경안 통과가 더 늦춰질 수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9일 행안위에서 단독처리한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 1조원 증액안을 30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검토한다. 예결위는 다음달 1일 의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액면가보다 5~10% 할인된 금액으로 발행하는 지역 상품권이다. 통상 정부와 지자체가 할인금액의 절반씩 부담한다. 예를 들어 지역주민은 1만원권짜리 상품권을 9000원에 살 수 있고, 할인금액 1000원 중 500원은 중앙정부가, 나머지 500원은 지자체가 보조하는 구조다.
민주당 안대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에 국비를 1조원 지원하되 전국에 10% 할인율을 일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전국 각 지자체가 20조원어치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 할인금액 2조원 중 1조원은 정부가, 나머지 1조원은 지자체가 부담하면 된다.
기재부와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국비 지원 예산 증액에 부정적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여러 가지 고려가 필요하다”며 “소비 진작 효과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고, 지자체 간 형평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재정 여력이 많은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더 많이 발행해서 지자체 간 빈익빈 부익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와 국민의힘은 지역화폐의 대안으로 온누리상품권을 선호한다. 기재부는 소비자가 지난해보다 카드 소비를 늘리면 증가분의 20%(최대 30만원)를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하는 ‘상생 페이백’ 사업 예산 1조3700억원을 이번 추경안에 담았다. 정부는 이 사업으로 소비 진작 효과를 거두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을 ‘핀셋’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표 정책이라는 점에서 반대하는 측면도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국비를 차등 지원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미 내부 지침에 따라 지자체별로 국비를 차등 지원하고 있다. 서울 전 지역, 경기 성남·화성 등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해도 국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반면 인구감소지역은 발행액면가의 5%를, 나머지 지자체는 2%를 지원받는다.
민주당은 또 정부가 말하는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전통시장 등에서만 쓸 수 있어 전체 소상공인의 4.2%만 혜택을 받는다고 반박한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역화폐 가맹점 수는 266만개, 온누리상품권(14만개)보다 약 19배 많다. 소비자 사용 편의성이나 소상공인 지원 범위를 고려하면 지역화폐가 더 낫다는 것이다.
일단 정부가 반대 입장을 내면서 1조원 증액안이 그대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 국회에선 정부의 동의 없이 예산안을 늘릴 수 없다.
타협의 여지는 있다. 민주당은 6·3 대선을 앞두고 추경안을 단독으로 처리하기는 정치적으로 부담될 수 있다. 기재부도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역성장 쇼크’를 기록한 상황에서 추경안 처리를 지연하기는 부담된다. 민주당이 일방 통과시킨 1조원보다 지역화폐 예산을 줄이는 선에서 양측이 합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역화폐 문제는 고위급 협상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