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은행 등 전통 금융권은 물론 핀테크,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앞다퉈 사업 선점에 나서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카카오뱅크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대거 출원하며 시장 진입 신호탄을 쐈다. KB국민은행은 'KRW'와 'KB'를 조합한 'KBKRW', 'KRWN', 'KRWKB' 등 총 17건의 상표를, 카카오뱅크는 'BKRW', 'KRWB' 등 12건을 출원했다.
은행권은 공동작업과 개별 전략을 병행한다. 국민·신한·우리·농협·IBK기업·수협·케이뱅크·IM뱅크 등 8개 은행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합작법인 설립과 공동 발행 모델을 구상 중이다. 이와 동시에, 자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도 관심을 높이고 있다.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은 유일한 시중은행인 하나은행도 국내 기술 기업과의 협업과 실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핀테크 업계도 분주하다. 이들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일반 결제 영역까지 확장될 것을 대비해 주도권 확보를 노린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 18건을 출원했다. 결제 영역에서의 실사용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다.
다날은 최근 5년 이상 금융기관 경력을 지닌 대관 전문가를 채용 중이다. 스테이블코인 운영사 진출을 목표로, 결제 테스트와 인프라 고도화, 법률 자문 등도 추진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도 예외는 아니다. 빗썸은 직접 발행보다는 생태계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흐름에 맞춰 실사용 기반을 확보하고, 향후 유통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이다. 빗썸은 최대 300억 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육성 공모전을 열고, 실생활 기반 사업 아이디어를 모집 중이다.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다양한 사업자가 뛰어들면서 주도권 경쟁도 불가피하다. 특히 코인 발행권 주체를 놓고 설왕설레가 이어진다. 특히 비은행권 핀테크사업자들은 스테이블 코인 도입 과정에서 발행 사업을 은행에 국한하면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한국은행을 비롯 은행권은 발행권은 은행부터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간이 예금이나 국채 등 준비자산을 기반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환매가 급증할 때 금융시장 전반에 리스크가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회와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내달 중순 국회에서 '비은행권에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 스테이블코인 인가 요건 등을 담은 '디지털자산 시장의 혁신과 성장에 관한 법률안' 발의를 앞둔 사전 논의 일환이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