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대법원이 "휴가 중 아프면 휴가를 다시 쓸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근로자 권리에 큰 변화가 생겼다.
프랑스 대법원은 10일(현지시간) 공보를 통해 기존 입장을 바꿔 유급 휴가 기간 병으로 인해 제대로 쉬지 못한 근로자는 "그 휴가를 이월할 자격이 있다"고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한 고용주가 직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비롯됐다. 고용주 A씨는 직원이 유급 휴가 수당을 과다 지급받았다며 환급을 요구해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해당 직원이 휴가 기간 중 병가를 냈던 날짜를 제외하고 금액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며 일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A씨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핵심 쟁점은 "휴가 중 병가를 낸 근로자가 그만큼의 휴가를 나중에 다시 사용할 권리가 있느냐"였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는 휴가 기간 아프더라도 별도의 보상이 없었고 근로자가 추가 휴가를 요구해도 기업은 거부해왔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휴가를 통째로 병상에서 보내고도 곧바로 업무에 복귀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에 입장을 바꿔, 병가로 인해 제대로 '휴식과 여가'를 누리지 못했다면 그 기간은 다시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근로자가 휴가 중 아팠다는 사실을 회사 측에 알렸을 경우에만 해당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법원은 이 같은 판단이 프랑스 법을 유럽연합(EU) 법에 맞춘 결과라고 설명했다. EU 법은 "유급 휴가의 본질은 근로자에게 쉼과 여가를 주는 데 있다"고 정의하고 "병가는 건강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며 두 권리가 동일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결국, 아픈 기간을 휴가로 간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