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제(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불출석했다. 조은석 내란특검팀 조사에 불응한 데 이어 법정에도 안 나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건강이 악화해 어지럼증으로 구치소 내 접견실에 가는데 계단을 올라가는 것조차 힘들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윤 전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수감자들에게는 운동 시간이 주어진다”며 “그러나 윤 전 대통령에게는 운동 시간이 없다”고 했다. 법무부 교정본부는 “윤 전 대통령의 실외 운동을 제한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다만 “다른 수용자와의 접촉 차단을 위해 단독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건강 이유 조사·재판 거부 윤석열
피자 모양 1인 운동장 이용 가능
법적 책임 다하는 게 건강에 도움
1년 전 서울구치소를 취재차 방문했다. 이곳엔 ‘피자 운동장’이라고 불리는 공간이 있다. 다른 재소자와 섞이지 않고 혼자 운동하도록 조성한 운동장이다. 둥그런 건물을 피자 조각처럼 부채꼴로 갈라 벽을 치고 조각마다 출입문을 달았다. 윤 전 대통령처럼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남세진 부장판사) 수용자용이다. 피자 운동장은 몇 보만 걸으면 끝에 다다를 정도로 작다. 운동기구 하나가 덩그러니 놓인 방을 빙빙 도는 정도가 고작이지만, 수용자들은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는 이 방에 오는 시간을 학수고대한다. 서울구치소엔 육상트랙처럼 길고 큰 운동장도 있다. 방문했을 당시 운동장에선 재소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재소자는 다른 사람과 만날 우려가 있는 공간에 가지 못한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에어컨을 설치하라고 요구한다. 교정시설에 에어컨을 달아야 한다는 주장은 기후변화로 더위가 극심했던 지난해 여름 곳곳에서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가 힘이 있던 때다. 불쾌지수가 올라가면서 재소자 간 폭행이 급증했다. 더위를 견디느라 방마다 계속 수돗물을 쓰는 바람에 서울구치소 한 달 수도료가 5억원 넘게 나왔다. 신용해 당시 법무부 교정본부장이 에어컨 설치에 긍정적이었고, 김영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에어컨 설치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별 관심을 안 보였다. 아마 1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여름을 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윤 전 대통령에게 할당된 1인실은 혼거실보다 한결 낫다. 혼거실엔 5명 정원에 9명이 수용되기도 했다. 더위가 괴로워 일부러 사고를 치고 한두 명이 지내는 징벌방에 가는 사람이 나올 정도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조사와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일반인이 이런 저항을 할 경우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페이스북에 올렸다. 1985년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했던 그는 “서울구치소에서 강제구인을 당해본 적이 있다”며 “출정을 거부하면 교도관이 기본 10여 명은 방으로 들어온다”고 회상했다. 최소 5명이 사지를 들어올린다는 대목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시 국회에 투입된 군인들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라며 제시한 방법이 연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압박이 계속되자 구속적부심 카드를 꺼냈다. 오늘 구속적부심에서 석방된다면 몰라도 계속 구치소에 남는다면 교정 전문가의 조언을 받길 권한다. 제복 공무원인 교도관은 사형수·무기수부터 생계형 범죄자까지 두루 접하며 노하우를 축적해 온 전문가다. 교정공무원은 모범적인 수용자에게 생각보다 많은 배려를 해준다.
구치소에서 지내다 보면 오히려 검찰청사에 조사받으러 가는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증언도 있다. 한 전직 차관급 인사는 “구치소에서 가장 힘든 건 방에서 못 나가는 것”이라며 “검찰청에 나가서 조사받다가 먹은 설렁탕과 짜장면도 참 맛있었다”고 회상했다. 구치소에선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중요하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특검 사무실로 조사받으러 가는 선택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