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챗GPT에게 상담받나요…커지는 심리상담 AI 시장

2025-08-18

직장인 김모씨(38)는 요새 챗GPT에 속내를 자주 털어놓는다. ‘대화형’ 인공지능(AI)이다보니, 업무를 넘어 감정에 대해서도 소통하게 된 것이다. 인간관계나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주로 토로한다. “대단한 조언은 아니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돌아보도록” 돕는 답변들에 위로를 받는다.

과거 김씨는 우울증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와 심리상담으로 이겨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를 찾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AI는 다르다. 김씨는 “AI 상담의 최고 덕목은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잠들기 전에 고민을 토로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볍다”고 말한다.

심리상담 AI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AI로부터 위로와 지지를 받고 싶어하는 김씨와 같은 이들을 겨냥한 시장이다. 그러나 “AI가 상담사나 의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며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18일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의 분석을 종합하면 정신건강 관련 AI 시장 규모는 15억달러(약 2000억원)에 이른다. 앞으로 매년 20~30%씩 성장해 10년 뒤엔 124억달러(약 1조6700억원)까지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리치료 기술을 내장한 AI 챗봇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의 AI기업 슬링샷이 내놓은 ‘애시’는 일반적인 AI와 달리 방대한 심리치료 데이터 학습을 거쳤다. 인지행동치료(CBT),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등 실제 심리상담에서 활용되는 치료법을 제공한다는 게 슬링샷 측 설명이다. 정식 출시 전 베타테스트에서만 5만명의 이용자를 모았고 9300만달러(약 13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국내에도 다양한 심리상담 AI가 출시돼 있다. 고양이 캐릭터를 이용해 고민상담을 해 주는 ‘상담냥’, 청소년 정서상담 챗봇 ‘상냥이’, 스트레스 관리 챗봇 ‘라임’ 등이다.

‘AI 상담’을 바라보는 전문가 시각은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접근성이 뛰어나 정신건강 유지에 유용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들의 챗GPT 상담 경험을 들어보면, 상담 전문 AI가 아님에도 답변이 적절하게 느껴졌다”면서 “AI는 (상담 욕구를) 즉각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사용하기만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AI의 잘못된 답변으로 자살에 이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에선 14세 소년이 ‘캐릭터.AI’와 1년간 대화하다 자살했고, 유족은 이 챗봇이 자살을 유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벨기에에서도 GPT 기반의 챗봇과의 장기간 대화 끝에 자살한 남성이 있었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I 상담은 책임과 윤리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AI에 상담치료 기술 접목이 시도되고 있지만 보완할 점이 많아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AI 상담 관련 연구에서도 유용성과 한계, 위험성이 동시에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정서장애 저널’에 실린 논문 ‘우울증·불안 완화와 관련한 AI 챗봇 치료 효과’에 따르면 3400여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 봤더니 AI 상담은 8주 후 유의미한 우울·불안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3개월 뒤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 도구’로서는 한계가 명백하다고 볼 수 있다.

내담자에게 공감을 잘하는 거대언어모델(LLM) 특성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에서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LLM 모델은 정신건강 전문가를 안전하게 대체할 수 없다’)에 따르면, AI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LLM은 때때로 내담자에게 동조하느라 심각한 망상을 바로잡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석 저자인 닉 하버는 “LLM이 (상담치료에)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AI가 정신건강 전문가의 대체가 아닌 보완에 그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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