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품고 몸집 불린 K-건설, 기대 우려 교차

2025-07-17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에 힘입어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다만 이를 제외한 정통적인 해외 건설 사업 실적은 예년에 비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과 정세 불안으로 텃밭인 중동발 발주가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와 기존 인프라 투자 정책 변화에 따라 건설사들의 신규 플랜트 일감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국토교통부 해외건설통합정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1일~6월30일)에 집계된 해외 건설 총수주액은 310억1334만 달러(한화 약 43조500억원)다. 이는 전년 동기(155억8423만 달러·약 21조6300억원)보다 2배 가량(99%) 급증한 수준이다.

총수주 건수는 258건으로 전년(296건)보다 13% 줄었지만, 초대형 계약이 체결된 효과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한국전력기술(설계), 한전KPS(시운전 및 정비), 한전연료(핵연료) 등 한국전력 계열사와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및 시공), 대우건설(시공) 등 민간업체가 참여한 '팀코리아'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사업(계약액 187억2200만 달러, 약 26조원)이 침체 기로에 선 'K-건설' 실적을 단번에 돌려세웠다.

여기에 중동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미국, 아프리카 등에서도 기업들의 수주가 더해졌다. 주요 실적으로는 ▲아랍에미리트(UAE) 타지즈 메탄올 프로젝트(삼성E&A, 한화 약 2조3400억원) ▲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메나밧 미네랄 비료 공장(대우건설, 약 1조9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 복합화력발전소 3곳(두산에너빌리티, 합산계약액 약 3조원) ▲UAE 아부다비 알다프라 개방형 가스터빈 발전소 프로젝트(삼성물산, 약 6700억원) ▲현대차-SK온 미국 조지아 배터리공장 프로젝트(현대엔지니어링, 약 6300억원) ▲파나마 메트로 3호선(현대건설 약 3340억원) ▲UAE 두바이 이머시브 타워(쌍용건설, 약 3120억원) 등이다.

대륙별 수주액 또한 두코바니 원전에 힘입어 유럽 대륙 비중이 전체의 63.5%(196억 달러)에 달한다. 반면 중동 18%(55억 달러), 북미·태평양 8.8%(27억 달러), 아시아(20억 달러) 등에선 예년에 비해 오히려 줄었다.

기업별 합산 순위도 한수원(팀코리아)이 독보적으로 최상위에 올라 있고, 삼성물산(25억8460만 달러), 두산에너빌리티(23억5640만 달러), 삼성E&A(18억4583만 달러), 대우건설(12억2156만 달러), 현대엔지니어링(9억587만 달러) 등의 순이다.

이 같은 상황에 건설업계에선 체코 원전 수주가 큰 역할을 했지만, 실상은 해외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로 두코바니 원전을 제외한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122억 달러(약 17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이 있었던 2022년 상반기 120억 달러와 비슷한 액수다. 이외 2020년(상반기 기준, 161억 달러), 2021년(147억 달러), 2023년(173억 달러), 2024년(156억 달러)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최근 일본·유럽 등 기존 경쟁국 기업들은 물론 중국·인도·터키 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국가 기업들의 기술력마저 대폭 향상되면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위협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반등의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도 교차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공장 유치전이 국내 주요 제조사의 신규 발주로 이어질 수 있고, 유럽에서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 원전 프로젝트도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의 미국 본토 공장 발주로 그룹 건설 계열사인 삼성물산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실적에 큰 수혜를 봤다.

반면 과거 해외 시장에서 강한 모습을 자랑해 온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해외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은 데 이어 올해 계약액도 업계 7위(7억3541만 달러)에 머무른 상태지만 대형 기대 요인은 남아있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에선 현지 원자력공사(KNPP NB)와 코즐로두이 원자력 발전소 신규 건설 공사의 설계·조달·시공(EPC) 본계약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코즐로두이 단지 안에 대형 원전 2기(7·8호기)를 추가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는 약 20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작년 11월 현대건설과 웨스팅하우스(미국)는 컨소시엄을 꾸려 해당 사업의 설계계약(ESC)을 체결하는 등 EPC 본 계약을 향한 초석을 다진 바 있다.

현대건설은 슬로베니아와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도 신규 원전에 관한 기술 타당성 조사(TFS)와 사전 업무 착수계약(EWA), 협력 준비 작업 등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카타르 국영 카타르에너지의 대형 사업도 우리 기업들이 정조준하고 있다.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 천연가스 액체(NGL-5) 5단계 프로젝트 EPC 입찰에는 삼성E&A와 현대건설이 참여해 복수의 글로벌 사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카타르에너지의 노스필드 확장 개발 관련 5차 해상 가스 압축 설비(COMP5) 프로젝트에 기술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사업은 50억 달러(약 6조95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주 실적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주력인 플랜트 업황과 중동 정세가 전방위적으로 좋지 않아 우려가 있다"며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수년째 이어진 SMR(소형모듈원전), 수소, 암모니아 등 공종 다각화를 위한 투자와 노력이 해외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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