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버거'로 유명세를 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가 정작 미국 이민 당국에 의해 강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영국 가디언은 9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이 레바논 출신 이민자 롤런드 메흐레즈 비니(Roland Mehrez Bini)를 지난 5월 16일 구금하고, 이민 심사 절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ICE는 비니가 2019년 비이민 비자로 미국에 입국했으며, 2023년 2월 12일까지 미국을 떠났어야 했다고 밝혔다. 비니는 그 사이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영주권을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민 당국은 두 사람이 실제로 함께 살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비니는 지난 2020년, 텍사스주 벨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테마로 한 햄버거 가게 '트럼프 버거'를 열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햄버거에는 'TRUMP' 로고가 새겨져 있었고, 매장 곳곳엔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이 적힌 굿즈가 비치됐다. 가게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성지로 떠오르며 텍사스주에만 4개 매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비니는 민주당을 조롱하는 '바이든 버거'를 50.99달러에 판매하며 정치색을 강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에 평화를 가져온 인물”이라며 트럼프에 대한 강한 지지를 거듭 표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그를 위협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해온 '강경 이민 정책'이다. 트럼프 집권 당시부터 ICE는 불법 이민자 단속과 추방을 강화해 왔고, 실제로 과거에도 트럼프 지지자임에도 불구하고 추방 위기에 몰린 이민자 사례들이 다수 보도된 바 있다.
ICE는 이번 사건에 대해 “현 정부는 불법 체류자 전원에게 책임을 묻고 있으며, 이들의 정치 성향이나 소유한 사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비니는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ICE가 말한 내용의 90%는 사실이 아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비니에 대한 이민 법원의 공식 심리는 오는 11월 18일 열릴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그는 미국을 떠나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