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수술일정 당겨지나"…의료진 "업무조율 필요"

2025-09-01

“의사들 다 돌아왔나요? 그럼 좀 덜 기다려도 되겠네요.”

의정 갈등 이후 1년 반 만에 전공의들이 병원에 돌아온 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외래 병동. 오전 9시 반 무렵부터 15명 내외의 환자들이 접수대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내원 환자들은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 여러 명이 각자 진료나 수술 등을 위해 분주하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환자들은 대부분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했다는 소식을 잘 모르고 있었지만 복귀 소식을 알려주자 “앞으로 진료 받기 더 편해지겠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필수의료 과목 중 하나인 소아청소년과에서는 이날 외래 진료를 수행한 교수 7명 모두 20분 이상 상담 지연을 빚고 있었다.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서울대병원의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충원율은 평균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환자는 “어린이병원 외래는 사실 원래 대기도 길고 인력난이 심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며 이 분야 전공의들도 많이 돌아오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지난해 2월 수련병원을 떠났던 전공의 대부분이 복귀해 이날부터 각 병원에 투입됐다. 수도권 병원들은 정원의 70~80%, 지방의 경우 50~60%가량을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들은 전공의 복귀를 일제히 환영했다. 당장 진료·수술 일정이 확 앞당겨지지는 않는다 해도 예약 등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뇌종양 환자인 60대 남성 박 모 씨는 “석 달 전에 병원을 찾았을 땐 수술까지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는데 전공의들이 복귀했다고 하니 (수술 일정이)좀 앞당겨지지 않겠나”라며 “오늘로 여섯 번째 방문인데 평소보다 의사들도 많이 다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증의학과를 찾은 50대 여성 김 모 씨는 “올 초까지만 해도 대학병원 안과·신경과 등을 찾으면 모두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소견서를 써줬다”며 “대기도 점차 짧아지고 상태가 심각한 환자들은 더 빨리 치료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년 반가량의 공백으로 의사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위암 4기인 아버지를 간병하고 있는 50대 여성 한 모 씨는 “의료 공백이 길어지면서 검사 등이 지연되는 일이 잦았다”며 “솔직히 환자들이 실험쥐처럼 방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와 아무 일 없는 듯 돌아오는 게 씁쓸하다. 환자 입장에서 의사도 정부도 믿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병원들은 이날 대부분 업무, 수련 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오리엔테이션을 열었다. △병원 필수 안전 교육 △근무시간 및 당직 시스템 안내 △진료 보조 인력(PA 간호사) 협업 체계 소개 △응급 상황 대처 매뉴얼 숙지 등이 중심이었다. 이에 따라 이날은 본격적으로 진료량을 확대한다거나 수술 일정을 늘리는 등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서울 대형 병원의 한 관계자는 “전공의 대상 오리엔테이션이 열려서 현장에는 투입되지 않았다”며 “근무를 시작해도 1~2주는 지나야 정상화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파업 당시에는 교수가 차트 기록까지 담당했지만 이제는 복귀한 전공의가 차팅을 지원하다 보니 외래 환자를 보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수술도 조정하는 절차를 거치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1년 반 만의 의료 정상화를 바라보는 현장 의료진의 시선은 엇갈렸다. 장기 공백으로 과도한 업무에 지친 의료진은 전공의 복귀로 정상화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한 수련병원 교수는 “마취과 전공의들이 대거 돌아오면서 미뤄왔던 수술 일정을 앞당길 수 있어 환자들에게 다행”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수련병원 교수는 “주변 교수들은 모두 환영하는 반응”이라며 “현장에서는 의료 정상화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의료진은 전공의 공백 기간 동안 현장을 지켰던 교수, 진료지원(PA) 간호사, 입원 전담 전문의 등 의료진과 ‘화학적 결합’이 이뤄질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전공의들이 복귀 후 바로 현장에 녹아들기는 쉽지 않다”며 “당분간 적응과 조율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병원 관계자도 “전공의 복귀 첫날이지만 특별히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융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빅5’ 병원 직원은 “솔직히 전공의들을 반기는 직원이 얼마나 될까 싶다”며 “전공의들이 직원들 사이에서는 책임감 없는 짐덩이, 금쪽이로 불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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