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전승 80주년 열병식. 세계를 향한 중국의 과시 무대에서 뜻밖의 장면이 포착돼 순식간에 국제적 화제가 됐다.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이 나란히 서서 “장기 이식으로 인간은 늙지 않고 불멸에 이를 수 있다”고 나눈 대화가 마이크에 잡힌 것이다. 장기 집권해 온 두 지도자의 체질적 집착, 죽음을 피하려는 강박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불로장생 집착이라면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한 군주’였다. 불사의 약을 얻기 위해 산둥 지역의 방사(方士)들을 불러모았고, 수은과 황을 섞은 비약을 들이켜 오히려 죽음을 앞당겼을 가능성이 크다. 바다 동쪽의 신선들이 불로초를 지니고 있다는 전설을 믿고 수천 명을 동원해 원정을 보냈다는 기록도 사마천의 『사기』에 남아 있다.

고고학이 밝혀낸 진시황릉은 불멸 집착의 물질적 잔해다. 시안 린통(臨潼)에 자리한 이 거대한 능묘는 지하 궁전을 품고 있다고 전해지며, 1970년대 세상에 드러난 병마용은 전체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병사·말·마차를 본뜬 수천 점의 도용(陶俑, 도자기 인형)은 황제가 사후에도 군대를 거느려 제국을 지배하리라는 환상을 구현한다. 『사기』에 따르면 능묘 내부에는 수은을 강처럼 흘려 천하의 산천을 재현했다고 하는데, 토양 분석에서도 수은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보존을 이유로 아직 내부를 발굴하지 않고 있지만 조상 영혼의 노여움에 대한 두려움 또한 발굴을 주저하게 만드는 장벽이다.
불멸을 추구한 군주는 진시황만이 아니었다. 한 무제도, 유럽의 합스부르크 군주들도, 태양왕 루이 14세도 죽음을 피하고자 연금술과 주술에 집착했다. 그러나 그 불멸의 꿈은 언제나 독이 됐고, 제국은 결국 무너졌다. 무한은 인간의 유한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것이다. 정권의 위대함도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는 제도의 안정에 있다.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