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가 해상 드론으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만일 사실이라면 세계 최초다. 러시아 측이 선언한 '전승절(5월 8일) 3일 휴전'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양측은 계속해서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HUR)은 "흑해 인근 노보로시스크 해역에서 특수작전부대인 '그룹 13'이 해상 드론으로 러시아의 수호이(Su) 30 전투기 2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캐나다가 지원한 AIM-9 적외선 유도 미사일이 공격에 사용됐다"고 덧붙였다. HUR는 먼 거리에서 폭발한 물체가 불에 휩싸인 채 바다로 추락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러시아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상 드론이 유인 전투기를 격추한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해군 전문 매체 네이벌 뉴스는 "이번 격추는 해상 전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전환점"이라고 짚었다. 러시아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의 무인수상정(USV)을 감시·저지하기 위해 저공으로 접근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해상 드론에 장착한 적외선 유도 미사일로 격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기 때문이다. 네이벌 뉴스는 "이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군은 더 먼 거리에서 공격해야 하고, 훨씬 고가의 스탠드오프(원거리 타격) 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2월 31일에도 해상드론에서 발사한 미사일로 러시아 헬리콥터 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격추는 러시아 측이 기습 휴전을 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던 전승절 연휴를 코앞에 두고 이뤄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크렘린궁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5월 8일 0시부터 10일 밤 12시까지(현지시간) 총 72시간 동안 휴전한다고 발표했다. 크렘린궁은 "이 기간 모든 군사행동은 금지되며 우크라이나도 따라야 한다"며 "위반하면 러시아군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30일 휴전'을 역제안하며 러시아 측이 선언한 '3일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체코를 찾아 페테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포탄 추가 확보 등을 논의했다. 체코는 일단 올해 말까지 우크라이나에 포탄 180만발을 공급하고, 2026년에도 포탄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젤렌스키는 이날 해상 드론 공격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의 역량을 증명했다"고 극찬했다.
이런 가운데 중재에 나선 미국은 평화 협상 국면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듯한 시각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미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그것(종전 협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면서도 "어쩌면 그것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 두 사람(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군인 간에는 엄청난 증오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 "한쪽과는 (협상에) 더 가까이 있고 다른 쪽과는 그만큼 가깝지 않다"며 "누구와 더 가까운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중재 포기 시점을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내가 언젠가 '바보처럼 계속 싸우라'고 말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