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의료기기 산업전' 중동 바이어 대거 불참

2025-06-23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미국까지 개입하면서 이제 막 싹을 틔우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중동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중동 국가들이 지난 주말 국내에서 열린 의료기기 전시회에 대거 불참해 예정된 미팅이 취소되기도 했다. 특히 국내 제약·바이오·의료기기 업계는 최근 중동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며 새로운 시장을 열어가고 있던 중이어서 이번 사태에 충격파가 예상된다.

23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케이메디허브)에 따르면 이달 20~22일 대구에서 열린 ‘국제 첨단 디지털 의료기기 및 의료 산업전(KOADMEX)’에 방문하기로 했던 중동·서남아 국가 바이어들이 급작스럽게 불참했다. 불참한 바이어들은 요르단, 이집트,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총 5개국 출신이었다. 케이메디허브 관계자는 “중동에서 최근 국내 의료기기 수입이 급증해 큰손인 중동 의료 기업을 다수 초청했으나 전쟁 발발로 현지에서 비행기가 못 떠 이들이 방문하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KOADMEX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의 관계자는 “중동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미팅을 약속했던 중동 바이어들이 전부 불참해서 상당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에 진출한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동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의료기기 기업의 관계자는 “이란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도 중동 국가에서는 같은 종교적 배경을 가진 분들이 섞여 일을 하기 때문에 이슬람 수니파·시아파인지에 따라 전쟁 시 업무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며 "프로젝트가 무한정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쟁이 장기화하면 국가 예산을 방위비 등으로 전환하거나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시점까지 예산 집행이 유예되기 때문에 국가 프로젝트가 망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재무적으로도 기업간 거래, 송금, 금융거래 절차의 불확실성과 지연으로 회사 목표 달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영업 및 재무 계획, 인력 배치, 공급망 등이 흔들릴 위험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기준 중동 지역에 대한 국내 의약품 수출 규모는 약 2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 92억 달러 중 비중은 적다. 하지만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의료기기업계는 중동을 새로운 타깃으로 정하고 공격적으로 진출해왔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4개국의 국내 의료기기 수입 규모는 2021년 4212만 달러에서 지난해 7920만 달러로 3년 새 88% 증가했다. 중동 국가들이 최근 풍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낙후된 의료시설 및 장비를 교체하는 가운데 국내 의료기기 제품이 미국·유럽 제품 대비 뛰어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는 영향이다. 이외에도 대웅제약(069620)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를 출시했고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의 허가를 추진하는 등 중동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휴젤(145020)과 메디톡스(086900)는 각각 UAE에서 히알루론산 필러를 출시했고, 한미약품(128940)은 사우디 현지 제약사와 전문의약품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상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한 실질적인 영향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항공·물류 등 유통 환경 변화나 지역별 수요 위축 가능성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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