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과 철도의 목적, 조선 근대화가 아닌 ‘수탈을 위한 조선인 수송’이었다

2025-08-19

경향신문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길’을 그리기 위해 구술록 16권(강제동원 구술록 15권, 일본군 ‘위안부’ 구술록 1권), 총 219명의 이야기를 분석했다.

해당 구술록은 강제동원 피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립한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회)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발간한 것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된 유일한 구술조사를 바탕으로 동원배경부터 해방 이후 귀환과정까지 강제동원 전 과정을 담았다.

구술록을 통해 확인한 것은 동원의 ‘강제성’이었다. 구술에 참여한 강제동원자 219명의 동원 당시 평균 연령은 만 18.9세다.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협약에 따라 강제노동이 금지된 만 18세 미만은 94명으로 전체의 42.9%에 달했다. 아동노동 기준 위반인 만 14세 미만도 3.2%(7명)가 존재했다. 일본은 1919년 ILO의 초대 창립국으로 참여해 1932년 강제동원협약을 비준했다. 이 때문에 당시 강제동원은 ILO협약을 무시한 명백한 불법적인 행위다.

동원 피해자 대부분은 일본(당시 일본령 사할린 포함, 65.3%)이나 만주 등 일본 외 지역(20.1%)으로 떠났다. 피해자들은 기차를 통해 일본을 오가는 연락선이 다니는 부산항으로, 일부는 여수항으로 ‘수송’됐다. 일제가 점진적으로 구축한 장항선, 경부선, 호남선, 경전선 등 철도는 전국 곳곳에 흩어진 동원자들을 항구로 빠르게 실어나르는 역할을 했다. 철도와 항만은 조선을 근대화하기 위해 만든 기반시설이 아닌, 효율적인 인적수탈을 위한 도구였다.

구술록에서 확인한 주요 경로는 다음과 같다. 강원 서부/서울/수도권/충청권/경상권→부산→일본 시모노세키(관부연락선 탑승), 서울/충청권/전라권→여수→일본(관려연락선 탑승), 전라권→제주 징용, 강원 동부→원산→부산→일본 시모노세키(관부연락선 탑승), 전라권→부산→일본 시모노세키(관부연락선 탑승)이다.

구술록 분석으로 ‘강제동원 길’의 시작점인 집결지도 확인했다. 집결지를 증언한 96명 중, 절반에 가까운 47.9%(46명)가 읍사무소·군청 등 관공서에서 모였고 기차역(15.6%, 15명), 학교(14.6%, 14명), 여관(13.5%, 13명)이 뒤를 이었다. 이 중 여관을 제외하면 대부분 현재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곳들이다. 추가 조사가 진행된다면 보다 정확한 동선 및 조선총독부의 조직적 개입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술록은 증언자가 사용한 방언, 행동묘사까지 그대로 기록해 발언 과정의 감정 변화까지 생생하게 담았다. 이로 인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분석은 불가능했다. 또 조사원마다 질문 내용과 순서과 달랐고, 피해자는 질문과 관계없이 기억나는 대로 발언하는 경우가 많아 총 6177페이지의 구술을 전부 읽고, 정확한 내용을 확인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통해 역사가 되지 못한 ‘기억’들을 잇고, 계승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경향신문은 ‘강제동원’을 보다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 페이지 ‘당신이 강제동원을 당했다면?’을 운영한다. 이름, 거주지, 나이, 성별을 기입하면 1940년대 강제동원자 중 유사한 사례를 찾아 가상의 ‘강제동원 길’을 보여준다. QR코드로 접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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