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3월 영남권을 강타한 초대형 산불 후 드론과 헬기를 추가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연말까지도 200억원에 가까운 산림청의 관련 예산이 집행되기 힘든 것으로 확인됐다. 막대한 산불 피해에 추경까지 편성받았지만 정작 필수 장비 도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산불 초기 대응에 결정적 수단인 드론·헬기 도입이 늦어질수록 내년 초 건조한 기후로 인한 산불이 되풀이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29일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5년 본예산과 제1·2차 추경예산 및 전년도 이월예산 집행내역’을 보면 이달 말 기준 산불 조기 진화를 위한 장비에 배정된 예산 상당수가 집행되지 않고 있다. △국외임차 대형헬기 3대(159억원) △고성능 드론 45대(27억원) △일반 드론 12대(5억원) △중고도 드론 1대(5억 1000만원) 등 총 196억원 가량이다. 이같은 불용 예산이 생긴 건 성능에 비해 낮은 단가 선정을 비롯해 부실한 시장조사와 입찰 유찰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력이 미흡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우선 국외임차 대형헬기 예산은 고장난 러시아산 KA-32 헬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7월 2차 추경을 통해 확보했지만 도입 자체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다. 산림청이 올 8월과 10월 두 차례 입찰에 나섰지만 참여한 업체가 없었다. 지난해 한국에 대형 헬기 5대를 빌려준 이력까지 있는 미국 빌링스사(社)는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다가 중대재해처벌법 우려로 최종 입찰을 포기했다. 산림청은 기존의 대형헬기 3대 도입 계획을 중형헬기 3대로 바꿔 11월 중 계약 체결을 하고 내년 2월 운영에 들어가겠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한번 더 유찰될 경우 내년 봄 투입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난 5월 1차 추경을 통해 반영된 고성능 드론 예산은 입찰 참여 업체 5곳 모두가 기술평가에서 탈락하며 예산이 묶였다. 업체들은 수입 제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수입 부품 의존도가 높은 드론 특성을 고려하면 조건에 맞는 드론 찾기가 쉽지 않을 거란 시각이다. 산림청은 이달 또다시 입찰에 나섰지만 적정한 드론을 찾을 지에 비판적 시선이 많다.
올해 본예산 5억원을 들여 일반 드론 12대를 도입하고자 했던 계획도 지연되고 있다. 산림청은 산림 산업에 맞는 고해상도 드론 도입을 위한 시장조사로 늦어졌고, 이로 인해 조달청 구매 요청도 지연됐다는 설명을 내놨다. 산림청은 연초 시장조사 실시와 더불어 적절한 구매계획을 수립하겠다며 향후 사업 일정엔 차질이 없을 거란 입장이다.
중고도 드론은 당초 산림청이 지난해부터 도입을 추진하며 예산을 배정받았지만 구매 지연으로 올해로 예산이 이월됐다. 공군, 국토교통부와 드론 비행 공역 설정에 나섰지만 협의가 지체되며 구매도 미뤄졌다. 또 올 2월 3개 업체가 응찰했지만 기술평가 때 모두 탈락했다. 산림청은 추가 입찰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능 대비 단가가 너무 낮아 도입이 어려울 거란 예상이 나온다. 결국 올해도 연이어 예산 이월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같은 상황에 국토부는 드론 부품 국산화와 핵심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는 만큼 산림청의 산불 드론 도입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송 의원실에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7년 국산화를 목표로 올해 중국산 항공기급 드론 2대를 도입해, 설계와 더불어 통신장비 등의 부품을 대체해 인증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산림청의 드론 예산 규모를 볼 때 1년이상 걸리는 인증이 아니라 기체 안정성 인증을 받으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고성능 드론 제조업체를 찾기 어려우니 우선 외국산 드론을 들여와서 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송 의원은 “산림청이 산불 대응을 위해 야심차게 도입하려 했던 핵심 장비들이 올해 안에 확보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핵심 장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봄을 맞이한다면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 마지막까지 헬기와 드론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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