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락의 디지털 소통] 〈30〉제과업계의 미래 '어떤 콘텐츠로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2025-07-09

디지털 세대는 더 이상 제품만 소비하지 않는다. 브랜드와 함께 '노는 경험'을 원한다. 최근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부설 더콘텐츠연구소의 콘텐츠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과업체들이 단순 홍보를 넘어 세계관과 팬덤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제품 그 자체보다도, '어떤 이야기와 함께 먹느냐'가 브랜드 선택의 기준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해태제과는 대표적인 캐릭터 중심 브랜드다. '아바타스타 슈' '허비' '로' '갱이' 등 총 4개의 캐릭터 계정을 인스타그램에서 각각 운영하며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특히 '슈'는 릴스 콘텐츠를 통해 MZ세대와의 감성적 소통에 성공했고, '허니버터 캐슬' 이벤트는 소비자 몰입을 유도하며 브랜드 경험을 확장시켰다. '슈' 콘텐츠는 단순한 제품 소개가 아니라, 하나의 캐릭터 일상처럼 구성돼 팔로어들과의 정서적 연결을 유도하고 있다. 또, 베베숲과 미니덕트 등과의 협업을 통해 콘텐츠 외연을 넓혔고, 소비자가 직접 감자칩 맛을 제안하는 참여형 캠페인은 브랜드 애착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다만, '로'와 '갱이' 계정은 운영 지속성이 부족하고 업데이트가 뜸하다. 캐릭터 중심 전략이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각 계정간 콘텐츠 품질과 활동 빈도의 편차는 브랜드 일관성을 해칠 수 있다. 장기간 중단된 유튜브와 페이스북 채널 역시 멀티채널 전략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팬덤 기반이 견고한 만큼, 일부 캐릭터 계정의 통합 운영과 장기적인 콘텐츠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과제로 남는다.

오리온은 스토리텔링 중심의 콘텐츠 기획이 강점이다. 블로그에서는 신제품 소식을 개발자 인터뷰나 소비자 Q&A 형식으로 풀어내며 제품에 맥락을 부여한다. 브랜드에 담긴 철학과 이야기를 전달하며 정보성과 흥미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전략이다. 유튜브에서는 16초 이내의 쇼츠 영상을 중심으로 구성해, 반복 노출에 최적화된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만우절 시즌에 선보인 한정 캐릭터 캠페인은 유머와 위트를 가미한 브랜드 콘텐츠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저관여 소비재 특성상, 짧고 강렬한 메시지로 브랜드 인지를 높이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셀럽 컬래버, 팝업스토어 콘텐츠, 제품 응용 레시피 등 신선하고 유행에 민감한 콘텐츠 구성이 눈에 띈다. 브랜드 고유의 감성과 트렌드를 조화롭게 반영하며, 특히 피드 구성의 균형감이 시각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오리온은 '짧고, 명확하며, 위트 있게'라는 키워드로 디지털 콘텐츠를 설계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콘텐츠 그 자체를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유튜브 채널 '맛깔스튜디오'와 '푿TV' 시리즈는 웹예능, 애니메이션 세계관을 결합한 콘텐츠로 MZ세대에게 강한 팬덤을 형성했다. '주전부리 영업사원'이나 '식사이론' 같은 콘텐츠는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이제는 롯데웰푸드의 자체 콘텐츠가 하나의 브랜드 IP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이들의 전략은 분명하다. 단순한 홍보 이미지 대신, 놀이형 AI필터, 밈 콘텐츠, '간식대학교'와 같은 세계관 기반 콘텐츠를 통해 사용자의 참여와 자발적 확산을 유도한다. 제품별 인스타그램 계정을 분리해 각 브랜드의 개성을 분명히 하는 전략 역시 팬덤 형성에 효과적이다. 브랜드와의 관계를 '놀이'로 재정의한 롯데웰푸드는 SNS 콘텐츠의 확장성과 창의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크라운제과는 레트로 감성을 기반으로 소비자와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유튜브나 블로그 채널은 비교적 조용하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꾸준히 감성 콘텐츠를 선보이며 브랜드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배드바츠마루 캐릭터와의 협업, 참크래커 그림대회, 장난스러운 키트 제작 등은 소비자의 향수와 가족 경험을 브랜드 소비와 연결시키는 데 탁월하다.

'가장 거짓말 같은 조합' 캠페인은 크라운제과 특유의 B급 유머 감각을 살렸고, 아이 그림을 제품 패키지에 반영하는 콘텐츠는 단순한 제품 소비를 넘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이끌어냈다. 크라운제과는 '정서적 참여'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증폭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결국 이들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은 하나로 모아진다. 콘텐츠를 단순한 광고 수단이 아닌 '하나의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오리온은 짧고 반복적인 노출로, 롯데웰푸드는 콘텐츠 자체의 재미와 참여를 통해, 크라운제과는 감성적 연결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해태제과 역시 강력한 캐릭터 자산을 기반으로 전략적 리뉴얼을 이룬다면 충분한 확장 가능성을 지닌다.

콘텐츠가 브랜드의 첫인상이 되는 시대. 과자의 맛을 묻기 전에, 소비자는 '이 브랜드와 놀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묻는다. 디지털 세대에게 브랜드는 하나의 놀이, 하나의 감정선, 하나의 세계관이다. 제과업계의 미래는 결국 '어떤 콘텐츠로 소비자와 연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박영락 한국인터넷소통협회 회장·더콘텐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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