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여름철새 두견이의 이동경로가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아프리카로 이동해 겨울을 난 뒤, 이듬해 다시 우리나라로 되돌아오는 총 2만7340㎞의 여정을 첨단 기기를 활용해 파악했다.
24일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유호)은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두견이의 이동경로를 추적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두견이는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만 번식하는 조류로, 우리나라엔 5월 중순~6월 초 도래해 8월 말~9월 중순까지 머물다 떠난다. 이후 인도·아프리카로 이동해 월동한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정확한 이동 경로가 파악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부터 철새의 이동경로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생물자원관은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번식한 두견이 두 마리에 위치추적 발신기를 부착했다. 이들은 같은 해 8~9월 제주도를 출발해 서쪽으로 날며 중국→인도→스리랑카를 거쳐 12월 말 아프키라 대륙에 도착했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겨울을 보낸 두견이는 올해 4월 다시 동쪽으로 이동, 지난해 이동한 경로를 그대로 거슬러 지난달 제주도로 되돌아왔다. 번식지로의 귀소성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들은 특히 올봄 아프리카 동쪽으로 이동하며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건널 때 약 4180㎞의 거리를 6일 동안 쉼 없이 횡단한 게 확인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산새의 이동경로 중 가장 먼 거리의 바다를 이동했다.
이동경로 추적 연구는 철새와 서식지 보전에 필수적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철새를 보전하려면 번식지, 중간기착지, 월동지 등이 걸쳐있는 모든 국가가 보호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기후변화·질병 등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에도 경로 연구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유호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는 위치추적 발신기 등 첨단기기를 이용해 두견이의 이동경로를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향후 기초자료 확보와 관리를 위한 국제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견이=두견목 두견과에 속하는 조류로, 크기(28㎝)가 작은 편이다. 뻐꾸기와 닮았지만, 배에 줄무늬가 굵고 뚜렷한 게 특징이다. 다른 종이나 개체의 둥지에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게 하는 탁란 방식으로 번식한다. 흔한 여름 철새였으나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어 2005년부터 천연기념물(제447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