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상태 노출·암살 우려에 흔적 지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중국 베이징행 특별열차에 생체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특수장비가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거나 암살로 이어질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일 북한 당국이 김 위원장의 배설물을 통한 건강 정보 유출을 우려해 열차 안에 전용 화장실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과 일본 정보기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북한 내 군 관련 시설이나 국영공장 등을 시찰할 때에도 전용 화장실, 욕실 등을 갖춘 차량을 이용한다. 해외로 나갈 때는 경계가 한층 강화된다. 2018년 4월 판문점 남쪽 평화의집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회담하면서는 김 위원장이 쓸 화장실을 따로 설치했으며, 같은 해 6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도 항공편으로 전용 화장실을 수송했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중국 남부 난닝역에 정차했을 때 모습을 포착한 일본 TBS방송 화면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열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자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재떨이를 들고 나타나 꽁초를 회수해 갔는데, 타액이 묻은 담배꽁초로부터 김 위원장 건강 관련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북·미 회담 등에서 숙소로 호텔을 이용했을 때는 청소도 수행원들이 맡았다. 방 안에 남은 모발이나 타액 등 흔적을 꼼꼼히 제거하기 위해서다. 김 위원장이 사용한 식기류에서도 체액 등 DNA 정보를 완전히 제거한다.
정상회담 서명식 등에서 쓰는 펜도 주최 측이 준비한 것을 쓰지 않는다. 지문 채취 가능성을 우려해 별도로 준비한 펜을 사용하는 것이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북측 수행원이 김 위원장 의자에 소독약을 뿌리고 천으로 의자와 등받이, 팔걸이 등을 수차례 꼼꼼하게 닦는 모습도 관찰됐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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