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문들 '여름 추천 도서' 살펴보니… AI가 만든 '가짜 책'

2025-05-21

공급업체 받은 ‘콘텐츠’ 그대로 게재

추천 도서 15권중 10권은 존재 안해

미국 유력 신문들의 '여름 추천 도서 목록'이 인공지능(AI)이 존재하지도 않는 가짜 책들을 꾸며내 작성한 콘텐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선-타임스는 성명서를 내고 18일 일요일판에 실렸던 64페이지 분량의 여름 특집 '히트 인덱스' 섹션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신문을 발행하는 '시카고 퍼블릭 미디어'는 “(이 섹션이) 우리 편집팀의 검토 없이 신문에 삽입됐고, 우리는 제3자 제공 콘텐츠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섹션을 발행했다”고 시인했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특집은 미디어 대기업 '허스트' 산하의 신디케이션 콘텐츠 공급업체 '킹 피처스'가 제작한 콘텐츠로, 크레딧이나 출처 표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특집에 포함된 '2025년 여름 독서 목록'에는 추천 도서 15권이 유명 저자들의 이름과 함께 실려 있었다. 하지만 이 중 진짜 책은 5권뿐이었고 나머지 10권은 존재하지 않는 '가짜 책'이었다.

'신디케이션 콘텐츠'는 신문과 잡지 등이 계약에 따라 공급받아서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만화·만평·칼럼·퍼즐·특집 등 콘텐츠를 말한다.

가짜 책을 소개하는 글을 매우 구체적이었다. 예를 들어 '이사벨 아옌데 작, 타이드워터 드림스'에 대해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마법적 리얼리즘과 환경운동이 만나는, 여러 세대에 걸친 대하소설”이라며 “기후를 주제로 한 그의 첫 소설에서 아옌데는 오래 파묻혀 있던 비밀을 캐내면서 해수면 상승과 마주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탐구한다”는 등 소개가 달려 있으나 아옌데는 이런 책을 쓴 적이 없다.

'히트 인덱스' 콘텐츠 작성을 통째로 맡았던 프리랜서 필자 마코 버스칼리아는 해당 콘텐츠를 AI로 생성했다고 인정했다.

해당 사실은 테크 전문 매체 '404 미디어'가 처음으로 파악해 보도했다.

버스칼리아는 “배경 점검을 위해 AI를 때때로 사용할 때는 항상 자료를 먼저 확인하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며 “변명할 여지가 없고, 100% 내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애덤 뮤직'이라는 이름으로 소셜미디어 '비스카이'에서 활동하는 사용자는 “틀림없이 이 꼴을 보고 로저 이버트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선-타임스의 영화평론 담당 기자였던 로저 이버트(1942∼2013)는 세계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영화 평론가 중 하나다.

추천 도서 목록 말고도 '히트 인덱스'의 다른 부분에도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논문이나 인명 등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에 따라 신문 측은 추가 조사를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자 신문에 '히트 인덱스' 특집을 56페이지 분량으로 게재한 또 다른 유력 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도 20일 홈페이지 공지문으로 잘못을 시인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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