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를 모체로 탄생한 홈쇼핑이 점차 화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전체 취급액 중 TV 비중이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진 사업자가 등장하는 등 홈쇼핑 업계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다.
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기준 주요 홈쇼핑 업체들의 연간 취급액 중 TV 비중이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GS샵은 2024년 기준 TV 취급액 비중이 35.5%를 기록하면서 업계 최저를 기록했다. 전년 36.5%에서 1%포인트(P) 하락했다. 사실상 TV 비중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CJ온스타일과 롯데(우리)홈쇼핑도 각각 50% 미만 TV 의존도를 기록했다. CJ온스타일은 2023년 46%였던 TV 매출액 비중이 43%까지 낮아졌다. 롯데홈쇼핑은 50%에서 48%로 줄어들면서 TV 이외 채널 취급액이 더 커졌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은 54.7%에서 53.5%로 감소했다. NS홈쇼핑은 2023년 53.8%에서 2024년 51.9%로 하락했다. 홈앤쇼핑과 공영쇼핑은 지난해 TV에서 각각 50%, 59% 정도의 취급액 거래액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홈쇼핑 업계가 TV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 디지털 플랫폼 선호도가 높아지면서다. 여기에 TV 시청행태가 급변한 것과 함께 송출 비용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기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23년 기준 전체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9375억원이다. 홈쇼핑 업계는 해당 수치가 방송 기반 매출의 71%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를 보지 않는 가구가 늘고, 온라인·모바일 커머스가 확산하면서 홈쇼핑 업계가 멀티채널 전략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면서 “TV 취급액 감소세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온라인·모바일은 채널 번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 방송 시간 제약 없이 24시간 판매할 수 있다. 송출수수료 부담도 없다. 소비자는 홈쇼핑 업체가 제공하는 모바일 앱에 접속해 간편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홈쇼핑 업계의 멀티채널 전략 가속화 추세를 고려하면 TV 취급액 비중은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GS샵은 올 하반기 AI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화 서비스 고도화할 방침이다. 지난 2010년 업계 최초로 모바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한 GS샵은 '탈TV'를 선도하는 사업자로 꼽힌다. 2015년 라이브 커머스 '날방', 2021년 '샤피라이브', 2023년 숏폼 콘텐츠 서비스 '숏픽'을 잇달아 선보이며 '모바일 시프트' 전략을 확장했다.
CJ온스타일은 콘텐츠와 셀럽 IP를 결합한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모바일 앱을 영상 중심으로 개편하며 '영상 쇼핑 플랫폼'으로 탈바꿈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모바일 앱 누적 체류 시간이 전년 대비 110% 증가하는 등 괄목할 성과를 냈다.
롯데홈쇼핑은 국내외 경쟁력 있는 상품을 발굴해 다양한 판매 채널에서 시너지를 내는 '원 소싱 멀티채널(OSMC)'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TV를 넘어 모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프라인 등으로 상품 판매를 다양화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에서의 TV 영향력 감소는 디지털전환(DX)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면서 “온라인·모바일이라는 성장동력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홈쇼핑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