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정지가 주가 살렸다”…배터리 아저씨 ‘그 회사’ 세 번째 유증 연기[이런국장 저런주식]

2025-09-17

2차전지 기업 금양(001570)이 세 번째로 유상증자 납입일을 연기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거래정지 상태에서 경영 정상화를 기다리던 주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금양은 전날 납입 예정이던 4050억 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 일정을 다음 달 17일로 한 달 뒤로 미룬다고 밝혔다. 당초 올 8월 2일에 납입이 이뤄질 계획이었으나 한 차례 9월 3일로, 다시 9월 17일로 연기된 데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일정 변경이다. 금양은 6월 초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으며 경영 정상화를 향한 첫발을 내딛는 듯 보였지만, 잇따른 일정 차질로 자금 조달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금양은 올 6월 보통주 1300만 주, 상환우선주(RPS) 1400만 주를 발행하고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스카이브 트레이딩&인베스트먼트’가 신주 전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총 4050억 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500억 원은 부산 지역에 건설 중인 2차전지 공장 준공에, 1550억 원은 원통형 배터리 설비 투자에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유상증자 연기에 따라 대규모 납품 계약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양이 체결한 계약은 모두 3건이다. 2조 4000억 원 규모의 미국 나노테크 에너지와 ESS(에너지저장장치)와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원통형 배터리 장기 유통 계약, 3360억 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GCC Lap과 ESS용 4695 원통형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 1575억 원 규모의 한국 피라인모터스와 전기버스용 21700 대용량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 등이다. 계약 이행 시점은 2026년 상반기 이후가 많아 공장 완공이 지연되면 제품 공급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사우디 측의 투자 의지는 확고하다”며 “다만 해외 송금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행정적 절차와 금융 시스템 문제로 납입일을 불가피하게 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양은 지난달 연기 당시에도 “해외 송금에 필요한 행정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지만 자금 규모가 크다 보니 은행 내부 승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지연이 있었다”며 “투자금이 조속히 들어올 수 있도록 투자사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증 일정이 수차례나 이어지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전에 충분히 준비됐어야 할 대규모 투자 건이 단순 송금 문제로 연이어 지연되고 있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거래정지 상태가 주가를 지켜줬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금양은 지난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재무제표 ‘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정지 상태다. 올해 상반기에도 회계감사인으로부터 반기 검토 의견 ‘의견 거절’을 받았다. 금양은 올해 상반기 기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6260억 원 많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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