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전북 현대 거스 포옛 감독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2(ACL2) 대회 운영 문제 지적에 벌금으로 제재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단판 토너먼트로 진행 중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대회에서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팀 간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대회 개최지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뒤늦게 제기되고 있다.
전북 현대 구단 관계자는 30일 “포옛 감독이 시드니FC와의 ACL2 8강 2차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으로 5000달러(약 711만원)의 벌금 징계를 받았다”고 밝혔다.
포옛 감독은 지난달 시드니와의 8강 2차전 원정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홈구장을 사용하지 못했고, 훈련장 사용 문제, 기자회견 장소 변경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상대 클럽하우스에서 사전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라며 운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AFC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ACL2가 더 큰 대회로 발전하려면 팬들을 더 배려하고 양 팀에게 공평한 진행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AFC가 포옛 감독에게 ‘대회 평판을 저하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 규정 50조 1항을 적용해 벌금을 부과했다”며 “감독님이 일부 강한 어조로 말했던 부분이 있지만, 대회나 주최 측을 폄훼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소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유사한 사례보다 벌금 액수가 적은 것을 보면 AFC도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은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포옛 감독의 비판은 AFC가 전북의 ACL2 8강 1차전 홈경기를 전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치르도록 결정했을 때부터 시작됐다. 전북은 잔디 상태가 부적합하다는 AFC의 지시에 따라 홈 1차전을 용인에서 진행했다. 홈 이점을 살리지 못한 전북은 시드니FC에 0-2로 패했고, 2차전 원정에서도 2-3으로 졌다.
포옛 감독은 시드니 원정에서 시드니FC 클럽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포옛 감독은 “우리가 1차전을 용인에서 했는데, 만약 우리도 전주 클럽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하자고 했다면 시드니 팀이 3시간을 이동해야 했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한편, AFC가 ACLE 8강부터 결승까지 모든 경기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단판 토너먼트로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공정성 논란이 뒤늦게 제기되고 있다.

AFC는 2024~2025시즌부터 대회 형식을 개편해 8강부터 결승까지 단판제로 한 도시에서 치르는 중앙집중형 방식을 도입했다. 이는 유럽축구연맹(UEFA)이나 남미축구연맹(CONMEBOL)의 대회 방식과 크게 다른 접근법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CONMEBOL의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는 8강, 4강 등 모든 토너먼트 라운드를 홈 앤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하며, 결승전만 사전에 선정된 중립 도시에서 단판으로 치른다. 8강부터 특정 국가에서 집중적으로 개최하는 방식은 현재 AFC에서만 도입한 특이한 사례다. 사우디 팀들은 익숙한 환경과 이동 최소화로 사실상 홈 이점을 누리지만, 동아시아 팀들은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
AFC가 합리적 비판마저 제재하고 특정 지역에 편향된 대회 방식을 채택하는 행보는 아시아 축구의 공정성과 균형 발전 의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자본력이 압도적인 서아시아 팀들이 대회 진행 방식에서도 추가 이점을 얻는 구조가 굳어지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적시장 전문 매체 트란스페어마크트에 따르면, 8강에서 맞붙은 사우디 알힐랄과 광주FC의 구단 가치는 2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광주는 이 경기에서 0-7 대패를 당했다. AFC가 외국인 선수 제한마저 폐지하면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 등 세계적 스타가 포진한 사우디 구단들의 전력은 더욱 강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