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로’와 함께 자랐죠” 필리핀 소주 유통 2세의 자부심

2025-05-28

[마닐라=미디어펜 이미미 기자] “보고 자란게 ‘진로’니까요.”

K&L JINRO INC.의 강정희 대표는 자신을 ‘진로와 함께 성장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이야기는 아버지인 선대 회장이 일본과 한국 식품을 취급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한식당에서 소주 납품 요청을 받게 됐고 그 순간부터 K&L의 역사가 달라졌다.

지난 22일 필리핀 마닐라 마카티에 위치한 K&L 본사 사무실에서 강정희 대표를 만나, 진로와 함께한 30년 간의 성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시 필리핀에서 일본 사케는 알려져 있었지만, 한국의 소주는 생소했어요. 교민 사회를 중심으로 하나씩 알려나갔죠.”

강 대표에 따르면 초기에는 소주 전용 컨테이너가 없어서 식품 보관용 컨테이너로 물량을 수입해야 했을 만큼 열악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결단은 결국 회사의 방향을 바꿨다. 다른 식자재 취급은 점차 줄이고, 진로 소주만 전문적으로 유통하게 된 것이다. 이후 하이트진로와 협의를 거쳐 1991년, 회사명을 ‘K&L JINRO INC.’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단일 브랜드 전문 유통사로 자리매김했다.

강 대표는 “아버지 때부터 30년 넘게 하이트진로와 손잡고 필리핀 시장에 진로 소주를 공급해왔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재 그는 2대 대표로서 제품 주문부터 출고, 판매까지 회사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날 사무실 옆 물류창고에는 전국으로 배송될 진로 소주가 가득 쌓여 있었다.

K&L은 필리핀 현지 교민을 시작으로 한식당, 편의점 등으로 유통망을 점차 확대해왔다. PWS(Premier Wine&Spirits, Inc)와 같은 다품목 유통업체와 달리, 진로 소주 단일 품목에 집중하며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확산을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강 대표는 “필리핀에서 단일 브랜드만 유통하는 방식은 흔치 않지만, 진로만 다루다 보니 오히려 전문성이 생겼고, 거래 네트워크와 노하우도 더욱 깊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2019년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이 설립된 후, 물류와 마케팅 측면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한국 본사와의 시차, 선적 등 물류 문제로 마케팅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지 법인 설립으로 이런 제약들이 사라졌다.

“이제는 필리핀 법인을 통해 직접 물량을 관리하고 마케팅 전략도 함께 논의하면서 효율성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현재 K&L이 필리핀에 공급하는 진로 소주는 연간 약 550~600개 컨테이너로, 약 1512만 병 규모다. 판매량도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시적 침체를 겪었지만 다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K&L로서는 반가운 현상이다. 과거에는 리큐르 제품과 일반 소주가 비슷한 판매 비율을 보였지만, 최근 일반 소주 점유율이 70%까지 올라섰다. 강 대표는 “필리핀 현지인들도 이제는 ‘진로’를 떠올리면 ‘후레시’를 먼저 이야기하고, 더 강한 맛을 원하면 ‘빨간뚜껑’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K&L은 세븐일레븐, 엉클존스(옛 미니스톱) 등 필리핀 전국의 주요 편의점과 로컬 채널을 통해 진로 소주를 유통하고 있다. 강 대표는 “때로는 산꼭대기나 관광버스에까지 소주를 실어 보내기도 한다”며 현장 대응력이 중요한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강 대표는 마지막으로 “1세대 교민들의 헌신으로 지금의 기반을 만들었다”며 “앞으로는 K&L이 필리핀 로컬 시장 확대의 교두보 역할을 맡아 더욱 적극적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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