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보호체계, 고위험 아동과 전문인력에 주목하라

2025-11-13

김요셉 한국아동복지협회장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2025년 아동초기보호체계 시범사업'은 위기아동 보호의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학대와 방임에 처한 아동을 보다 신속하고 적절하게 보호하기 위한 공공 중심의 사례결정 시스템은 매우 환영할 만한 변화다.

그러나 현실은 더 복잡하다. 현재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동 중에는 정서·행동문제, 발달장애와 트라우마의 이중진단, 심지어 자·타해 위험성을 동반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안전보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학제적 접근, 지속적인 치료와 양육이 가능한 전문 인력과 구조화된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는 다양한 시도가 존재한다. 예컨대, 정서·행동장애 아동을 보호하고 있는 일부 양육시설은 자체 상담센터를 병설 운영하며, 임상심리사 및 상담사가 참여하는 통합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교육청·지역 치료기관과 협약을 맺고 외부 정신건강 전문가와 협력해 맞춤형 보호·치료계획을 실행하는 시설도 있다. 이는 곧 '거주형 회복치료모델(therapeutic residential care)'로의 전환을 시사한다.

해외에서도 유사한 모델이 활발히 운영 중이다. 영국의 '회복지향거주치료시설(Therapeutic Residential Care)'은 다차원적 치료환경을 기반으로 정서·행동문제 아동에게 심리치료, 교육, 사회화, 가족 연계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고 있다. 리사 홈즈(Lisa Holmes) 교수 등 국제 연구자들은 이러한 모델이 위기아동의 재외상 방지 및 자립역량 강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또한 일본 고베시 등은 기존 아동양육시설이 '가정위탁 지원센터'와 '상담기능'을 병행 수행토록 제도화하고 있다. 이는 시설이 단순 보호기능을 넘어 지역사회 내 '아동복지 인프라 허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정책적 전환이다.

이러한 국내외 사례는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연계형 복합기관 모델(초기보호–치료–자립)'으로 이어지는 다기능 순환형 보호체계를 정립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지역사회 내에서 특수욕구아동을 통합 지원하는 중심기관으로서 아동복지시설의 기능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체계 구축을 지방자치단체에 전적으로 맡기기에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 현재 많은 아동복지사업이 지자체로 이양된 상태에서, 지역별 예산·인프라·전문인력의 편차가 극심해 동일한 보호 수준을 보장하기 어렵다. 특히 위기아동과 특수욕구아동과 같이 고위험군에 대한 개입은 개별 지자체의 역량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며 국가 차원의 구조적·재정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공공성 강화는 단지 권한의 분산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 범위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지역 중심으로 추진되는 복지정책 안에서도 국가가 표준을 설정하고 중장기 로드맵과 안정적 재원을 보장하는 방식의 '보완적 개입 구조'가 함께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돌봄국가의 구현은 공공-민간 간 역할 재정립과 상호 신뢰 위에서 가능하다. 특히 민간 아동복지시설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전문성과 연계를 통해 '회복과 성장'을 돕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제 민간시설을 단순 '생활시설'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다기능기관으로의 전환과 함께, 공공과 민간이 함께 위기아동을 품는 보호생태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sdk1991@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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