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오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KIMIRo) 원장은 세계 최다 특허 출원 기록을 보유하며,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의료로봇 개척자이자 선도자다.
마이크로의료로봇은 약물과 의료기기를 포괄하는 융·복합의료기기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신기술을 융합해 성장성이 매우 유망한 분야로 꼽힌다. 복잡하고 어려운 시술보다는 최소 절개(침습)를 선호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의료 시스템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이크로의료로봇의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약물 전달 능력도 매력적이다. 2019년 재단법인 KIMIRo를 설립한 뒤 초대부터 제3대까지 7년째 KIMIRo를 이끌고 있는 박종오 원장을 만나 그동안 마이크로의료로봇산업 추진 사업과 성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박종오 원장은 “마침내 마이크로의료로봇개발지원센터가 본격 가동됨에 따라 연구개발(R&D)과 임상 시제품 생산·기업 지원이 가능한 든든한 듀얼 체제를 갖추게 됐습니다. 국내 마이크로의료로봇 기술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기관과 시설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아직까지 외국에서 국내처럼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의 R&D와 기업 시제품까지 지원하는 시설을 찾아볼 수 없다”며 “우리나라가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에서 선진국에 속하고 있으며 특히 연구소와 대학을 중심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우수한 R&D 성과를 산업체에 활발히 기술이전하고, 기업들이 실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긴밀한 지원 및 협력 체계를 구축해 한국이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적 선두 주자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이크로의료로봇 개념은.
▲100만분의 1을 뜻하는 마이크로와 의료로봇이 합해진 개념이다. 쉽게 말해서 인체 내부를 돌아다니며 진단과 치료, 약물전달 기능을 수행하는 수 마이크로미터(㎛)에서 수㎜ 이내의 초소형 의료기기를 뜻한다. 기존의 로봇, 의료,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바이오기술(BT)과 나노기술(NT)이 융합돼 있다.
모든 의료기기는 인체 절개를 최소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마이크로의료로봇이 궁극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된 마이크로의료로봇 정의가 없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인체 내부에 삽입돼 움직이며 진단·치료·약물 전달 등을 수행하는 무선 초소형 로봇으로 정의한다. 선이 있는 일반 로봇과 달리 무선 환경에서 에너지를 공급하고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순환기계·소화기계·근육골격계통·신경계 관련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능동주행 초소형 의료기기로 나눌 수 있다.
-마이크로의료로봇을 연구하게 된 배경은.
▲연세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과 학·석사를 거쳐 독일 슈투트가르트대학교에서 로봇공학 박사를 취득하고 독일 프라운호퍼생산자동화연구소에서 로봇 응용 분야를 연구했다. 이후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책임연구원을 지냈다. 1999년 말 KIST 연구원 재직시 정부 지원 장기대형연구개발프로젝트인 21세기프론티어사업 '지능형마이크로시스템개발사업' 사업단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 R&D에 뛰어들었다. 2005년 전남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한국인 최초로 국제로봇연맹(IFR) 회장을 맡았다. 2008년 전남대 로봇연구소를 설립했으며 2013년 산업부 과제인 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를 유치했다. 전남대 로봇연구소와 마이크로의료로봇센터가 KIMIRo의 뿌리라 할 수 있다. 1987년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귀국한 이후 38년을 초소형 로봇 개발에서부터 기업용 시제품 제작, 동물실험 유효성 평가, 산·학·연·병·관 협력 기술 상용화 등에 매진해 왔다.
-KIMIRo를 소개해 달라.
▲2017년 신정부 국정과제에 '마이크로의료로봇 산업 성장 생태계 구축'이 포함되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R&D사업과 비R&D사업, 이러한 과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비영리법인 설립 등을 도출했다. 바로 독립 연구 재단법인 KIMIRo가 이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구체적으로 광주시와 보건복지부 등의 도움으로 2019년 1월 KIMIRo를 설립했다. 정관에 산·학·연·병·관의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해 한국의 마이크로의료로봇산업 R&D를 촉진하고,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력 향상을 목적으로 명기해 출범했다.
본원이라 할 수 있는 KIMIRo R&D는 5970㎡ 규모로 구성돼 있다. 마이크로의료로봇 프로토타입 연구소, 공동장비실, X선 차폐실과 6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마이크로의료로봇 전문장비 77종을 갖추고 있으며 3D 초정밀 부품 제작장비, 공초점 현미경 등도 구비했다. 현재 기계, 전자, 생물, 화공, 물리, 약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등 6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시설과 인력 규모에서 KIMIRo와 비교할 만한 곳이 없다.
-그동안 연구개발 성과는.
▲세계 최초 개발이 수두룩하다. 대장내시경로봇, 혈관치료용 마이크로로봇, 제2세대 능동 캡슐내시경, 의료용 박테리아 나노로봇 생체동물실험, 면역세포기반 의료용 마이크로로봇 생체동물실험, 줄기세포기반 의료용 마이크로로봇, 제3세대 다기능 캡슐내시경, 능동약물전달·방출 나노로봇, 질환 맞춤형 마이크로로봇 형상 최적화 기술 등이 세계 처음 개발에 성공한 것들이다. 지금까지 마이크로의료로봇 관련 출원 357건, 등록 250건 등 세계 최다 특허출원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기술사업화 실적은.
▲지금까지 기업 기술이전을 통한 로열티 수입만도 수십억원에 달한다. 대장내시경로봇을 비롯해 캡슐형 내시경, 능동캡슐 내시경, 줄기세포 정밀 유도 마이크로로봇 기술 등을 기업에 이전했다.
카테터 시술 로봇도 사업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기업과 함께 간암 바이러스 치료용 혈관색전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했으며 최초의 줄기세포 연골 재생기술인 '스템셀 내비게이터' 특허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자가 골수 줄기세포 치료술 특허기술 제품도 상품화를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의료로봇의 성장 가능성은.
▲인체의 질병 대부분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세균이나 나노미터 크기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마이크로의료로봇이 인체 질병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마이크로의료로봇은 의료기기와 제약의 경계를 넘는 융복합기기다. 의료로봇이 속하는 산업은 크게 봐서 인간의 건강과 복지를 위한 헬스케어 산업으로, 거대한 헬스케어산업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더 큰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다.
현재 널리 사용하고 있는 최소침습 수술로봇을 비롯해 캡슐내시경, 혈관 로봇 등 마이크로의료로봇의 시장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의료로봇은 환자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캡슐내시경은 연평균 8~9%, 약물 전달 시스템(DDS)은 약물 전달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KIMIRo 비전과 목표는.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다. 첨단의료기기 산업에서 마이크로의료로봇은 아직 초기 단계이나,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시장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 연구에 뛰어들어 지금은 세계를 선도하는 리더 그룹에 포함돼 있다. 올해 마이크로로블의료로봇개발지원센터까지 구축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마이크로의료로봇 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됐다. 마이크로의료로봇 분야에서 R&D와 기원업지원 기능의 클러스터를 갖춘 곳은 세계적으로 KIMIRo가 유일하다.
국내·외 대학, 연구기관, 병원, 기업 등과 컨소시엄을 맺어 수행한 정부 지원사업으로 다양한 특허와 신의료기술을 도출했다. 지속적으로 후속 사업을 발굴해 새로운 의료기기 제품화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마이크로의료로봇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기업용 임상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시설을 갖추고 자회사 설립과 벤처기업 육성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부나 지자체에 바라는 게 있다면.
▲KIMIRo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의료로봇에 대해 과감히 지원해 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 하지만 KIMIRo는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국책 연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 과제를 수주해야만 운영이 가능한 구조다. 대형 국가 연구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과제 기획, 예산 확보, 치열한 공개경쟁 등을 거쳐야 한다. 이를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많은 환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의료로봇에 대해서도 의료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욱더 의료로봇을 많이 쓰기 위해서는 보험 수가가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또 하나 R&D 중심의 KIMIRo R&D 외에 이제는 기업지원의 역할을 담당하는 마이크로의료로봇개발지원센터까지 동시에 운영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절실하다. 가깝게는 광주·전남지역, 더 넓게는 한국의 차세대 의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도 관계 당국의 전향적인 지원 사업 방향 전환과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포부나 계획이 있다면.
△KIMIRo를 이끄는 동안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안정적인 독립 연구 재단법인으로 안착시키는 일이다. 정부 과제 프로젝트 수주하느라 정신없이 지내기 보다는 모든 구성원들이 세계 최고의 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 세계 최대의 마이크로의료로봇 산업 컴플렉스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겠다.
◇박종오 원장 약력
△광주 출생 △광주일고·연세대·KAIST 졸업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 생산자동화연구소(FhG IPA)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책임연구원 △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단장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 △전남대 로봇연구소장 △전남대 석좌교수 △현 미스로보틱스 대표이사 △현 한국마이크로의료로봇연구원장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