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BTC)이 10만달러 선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국내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일일 거래량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에 미국까지 개입하는 등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화했고,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가상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거래량은 31억172만달러(4조2494억원)로 집계됐다. 거래소별로는 업비트가 20억4321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빗썸 9억3654만달러, 코인원 9035만달러, 코빗 2849만달러, 고팍스 311만달러 순이었다.
이는 업비트가 올해 들어 일일 최고 거래량을 기록했던 지난 1월 9일 당시 5대 거래소 총거래량(172억4407만달러)과 비교하면 약 82% 감소한 수치다. 불과 6개월여 만에 거래량이 5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가상자산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35분 글로벌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1.31% 하락한 10만132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새벽 5시경에는 9만8000달러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는 지난 5월 23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 11만1679달러 대비 약 11% 하락한 수준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4월 미·중 간 관세 갈등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되는 등 글로벌 매크로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박스권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경필 쟁글 리서치 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 이후 글로벌 관세 정책 강화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매크로 불확실성의 확대가 가상자산 시장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여기에 국내 증시 강세까지 겹치며 리테일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으로 이동, 코인 시장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약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코스피 지수는 지난 1월 9일 2521.90에서 6월 20일 종가 기준 3021.84로 약 20% 상승했다. 투자자 예탁금도 같은 기간 52조7552억원에서 63조6048억원으로 10조원 넘게 증가하며, 증시 대기자금 유입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다만, 중장기적인 회복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 센터장은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일정 시간이 지나면 시장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고,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유입 확대와 각국의 제도화 움직임이 맞물리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한국은 7월부터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거래소 업황에도 반등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