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서울 영등포아트스퀘어에서 ‘청년부상제대군인 토크콘서트-우리 다시, 시작’이 열렸다. 서울시와 서울시복지재단이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청년부상제대군인 가족들과 군·보훈 관계자, 전문가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무대에 올라 강연한 표정호씨가 눈길을 끌었다. 표씨는 2022년 10월 전방 부대 복무 시절, M14 대인지뢰가 터지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오른발 뒤꿈치 대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발목을 절단할 만큼 심각한 상태였다. 하지만 17시간의 수술 끝에 허벅지 근육을 떼어내 뒤꿈치와 종아리를 복원할 수 있었다.
표씨는 사고 순간부터 ‘두 발로 서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고 한다. 이런 의지는 2년 가까운 재활 훈련을 견딘 힘이 됐다. 그는 ‘내가 왜 사고를 당해서…’란 죄책감을 갖는 대신 훈련량을 2배 가까이 늘렸다. 사고 일 년 만에 시속 5㎞ 속도로 걷는 게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고, 지난해 7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는 현재 대학 경찰행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표씨는 재활 과정 등을 토크콘서트 청중에게 담담하게 전달했다.
표씨는 “가족과 의료진, 친구의 헌신적인 도움을 통해 재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1%라도 가능성 있는 일이라면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토크콘서트엔 전숭보씨도 함께 했다. 2018년 강원도 양구에서 브레이크 이상으로 군용 버스가 절벽 아래로 추락해 전복했는데, 전씨는 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전씨는 좌절에 빠지지 않았다. 장애인 스포츠에 도전했다. 상대적으로 상체를 많이 사용하는 조정 종목을 택했다. 그는 강인한 훈련 끝에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었다.
국제 대회에 처음 나선 전씨였다. 세계적 선수들의 ‘벽’은 높았다. 전씨는 결승전에 출전한 다른 선수가 모두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혼자 남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홀로 묵묵히 노를 저었고, 관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전씨는 토크콘서트에서 “끝까지 버텨서, 무너지지 않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도전 정신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14년간 특수부대 간부로 복무하던 중 낙하산 강하 훈련에서 크게 다쳐 전역한 뒤 부상 군인 지원 활동가로 나선 박광호씨, 군 복무 중 희귀 질환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이 발병해 만성 통증과 싸우면서도 직장 생활 중인 박재성씨 사연도 전해졌다. 박재성씨는 “한 번의 넘어짐과 일어섬이 경험돼 수십만 번의 넘어짐에도 끝내 여러분 앞에 설 수 있었다”고 했다.
윤종장 서울시 복지실장은 “국가 안보는 수많은 호국 영웅의 헌신과 희생 위에 세워진 결과”라며 “군 복무 중 뜻하지 않은 사고를 겪고 전역한 청년들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