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신약 특공대' 5년만에 쾌거…스핀오프 전략 결실

2025-12-18

대웅제약(069620)의 신약 연구개발 자회사 아이엔테라퓨틱스가 독자 개발한 차세대 비마약성 통증 치료제 후보물질을 미국 바이오텍에 기술이전했다. 대웅제약에서 스핀오프한 지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아이엔테라퓨틱스는 난청·뇌질환 치료제를 추가 연구개발(R&D)해 2027년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아이엔은 18일 미국의 통증 전문 개발사 니로다 테라퓨틱스와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 ‘아네라트리진’에 대한 독점 기술이전 계약을 총 5억 달러(약 7500억 원)에 체결했다고 밝혔다. 선급금과 함께 향후 18개월 내 수령 가능한 단기 마일스톤을 포함해 단계별 개발 마일스톤과 순매출 기반 로열티를 받게 된다. 다만 선수금 규모는 비공개 조항에 따라 밝히지 않았다.

아네라트리진은 만성 통증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이온채널 ‘NaV1.7’을 정밀하게 타깃해 억제하는 기전의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 대한 권리는 니로다가, 한국과 중국 등 일부 아시아 지역 권리는 아이엔이 보유한다.

니로다는 미국 주요 벤처캐피탈이 공동 설립한 회사다. 멧세라 등을 설립한 파퓰레이션 헬스 파트너스, 빅파마 일라이릴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 릴리 아시아 벤처스 등이 출자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파트너사는 이온채널 약물 개발에 수 십년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로 구성된 팀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에 수출한 후보물질을 원활히 상업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이엔은 2020년 대웅제약의 사내 이온채널 신약 개발 플랫폼을 스핀오프해 설립됐다. 이후 키움인베스트먼트, 스틱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리즈A 및 브릿지 투자를 유치해 R&D를 이어왔다. 올해도 추가 펀딩을 통해 약 23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받아 설립 후 현재까지 총 630억 원을 유치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대웅제약의 지분율은 93.9%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 앞으로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이번에 기술수출에 성공한만큼 2~3년 내 IPO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실제 박종덕 아이엔 대표는 “이번 계약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난청·뇌질환 치료제 등 후속 파이프라인에 재투자할 것"이라며 "2027년 IPO를 목표로 자체 상업화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일반의약품(ETC) 등 컨슈머 헬스케어 사업부나 제네릭·바이오시밀러 부문을 스핀오프하는 경향이 대세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주로 신약 개발 조직을 분리하는 방식의 스핀오프에 집중해왔다.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R&D 속도를 높일 수 있고 개발 리스크를 본사와 분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아울러 비상장 단계에서 R&D에 필요한 외부 투자 유치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제일약품(271980)의 온코닉테라퓨틱스가 대표적이다. 제약·바이오 전문 투자사 BNH인베스트먼트와 한국산업은행 등의 투자를 받은 이 회사는 설립 4년 만인 지난해 4월 국산 37호 신약 ‘자큐보’의 품목허가를 획득했고, 같은 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중국, 인도, 중남미, 북유럽 등 26개국과 기술이전 또는 수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일동홀딩스(000230)에서 분사한 아이디언스는 러시아 제약·유통사 란셋 등과, SK케미칼(285130)에서 스핀오프한 티움바이오는 이탈리아 키에시와 중국 한소제약 등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종근당도 올 10월 신약 개발 회사 ‘아첼라’를 설립하며 스핀오프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는 여러 신약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관리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스핀오프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분사 이후 가장 중요한 과제는 R&D 연속성을 뒷받침할 안정적인 투자 재원 확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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