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정보기술(IT) 컨설팅 기업 '가트너'의 다릴 플러머 수석 VP 애널리스트는 “인공지능(AI) 발전을 따라잡지 못하는 순간이 오기 전 AI를 통한 발전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만큼 AI는 이제 일상의 편리함을 위한 도구를 넘어서 시장의 주요 도입 고려 대상이 됐다.
하지만 AI가 각 산업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실제 비즈니스로 이어지기까지에 대한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감성적 경험과 브랜드 취향이 중요한 패션 e커머스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고객이 오프라인에서 옷과 신발을 직접 착용해 보고 직원과 대화하며 제품을 고르던 경험은 점점 줄어들었다. 이 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고객이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온라인 쇼핑을 통해서만 사이즈 미스 없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클릭 몇 번으로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까지 마치는 온라인 환경에서 'AI 사이즈 추천' 뿐만 아니라 'AI를 활용한 소비자 경험 개선'은 온라인 구매 전환의 핵심 요소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AI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고객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핵심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e커머스 기업 쇼피파이(Shopify)만 보더라도 그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 최근 몇 년 사이 다양한 제품 사이즈 추천 기능과 함께 AI 개인화 솔루션들이 쇼피파이 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 활발히 등장하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한 추천 알고리즘, 실시간 피드백 기반의 예측 기능은 이미 수많은 패션 셀러들이 채택하고 있다. 또 비대면 쇼핑 경험에서 고객 불안을 줄이는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AI는 이제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패션 커머스에서 '맞춤형 경험 설계'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변화는 피부로 느껴진다. 과거에는 'AI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우리 브랜드의 어떤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더 나은 추천이 가능할까요'와 같은 구체적인 적용과 개선에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 기술팀 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즈니스 부서가 AI 기술의 실용성을 적극 탐색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AI는 더 이상 특정 영역의 기능이 아니라 전사적 성장 전략의 일부로 인식되고 있다.
펄핏 운영 초기 'AI 기반 사이즈 추천은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라는 문장으로 고객을 설득하던 시기도 한 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 자체가 구시대적 설명처럼 느껴질 만큼 시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기술 보유 여부보다는 기술을 통해 얼마나 민첩하게 실험하고 시장에 정교하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이 질문이다. 'AI는 당신의 브랜드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기술은 실제 고객 경험을 얼마나 바꾸고 있는가.'
이선용 펄핏 대표 hello@perfit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