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18년 9월 10일 한학자 총재에게 “(전재수 의원이) 우리 일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는 내용의 특별보고를 하기 하루 전, 실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 지역에서 열린 통일교 행사에 참석한 정황이 14일 확인됐다. 통일교 차원의 포교 활동과 행사 등을 대내외적으로 홍보하는 문화홍보국은 9월 말 내부 홈페이지의 ‘통일교 가정연합 소식지’에 이같은 내용을 게재했다. 전 의원을 행사에 초청한 뒤 통일교의 주요 현안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하고, 윤 전 본부장은 이같은 내용을 정리해 한 총재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 측은 “전 의원이 2018년 9월 9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통일교의 ‘문선명 천주성화 6주년 기념 제5지구 신한국지도자 초청만찬’에 참석해 추도사를 했다”고 소식지를 통해 밝혔다. 통일교는 당시 지역의 각계 인사들을 ‘신한국 지도자’ 자격으로 초청해 만찬회를 열었는데,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던 전 의원 역시 초청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 관계자는 “전 의원의 행사 참석 여부는 확인이 불가하다”면서도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짓된 내용을 소식지에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교 특별보고에 “(전 의원이) 600명이 모인 부산5지구 모임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는 내용이 담긴 데 대해 전 의원은 앞서 “(행사가 열린) 그 시간에 부산 구포성당 본당 60주년 기념행사에 가 있었다”며 내용 자체를 부인했다. 전 의원은 ‘통일교 600명이 모였다’는 행사를 2018년 5월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희망전진대회’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9월 특별보고에 언급된 행사는 2018년 9월 신한국 지도자 초청만찬이다. 이 행사는 문선명 전 통일교 총재 6주기를 맞아 서울·청주·여수·부산 등 4개 지역에서 진행됐다. 부산의 경우 영남지역을 담당하는 통일교 지역 조직인 5지구에서 맡아 행사 개최를 준비했다. 행사 당일 부산 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선 박모 통일교 5지구장이 주관하는 지도자 초청 만찬이 열렸다.
한 총재에게 올라간 특별보고에는 신한국 지도자 만찬 행사 직후 “(전 의원이) 비행기로 서울로 가셨다”는 내용도 담겼다. 실제 행사 이튿날인 9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선 ‘혁신 성장을 위한 핀테크 활성화 국회 토론회’가 열렸는데, 전 의원은 이 토론회를 주관했다.

통일교 유관 기관 행사 최소 7차례 접촉
전 의원은 신한국 지도자 초청 만찬을 포함해 2018~2020년 통일교 및 유관 기관 행사 등을 계기로 최소 7차례 통일교 측과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불가리·까르띠에 시계와 현금 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시기다. 윤 전 본부장은 전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통일교의 숙원사업인 한·일 해저터널을 추진하기 위한 협조 요청 목적이라고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의원은 당시 부산 북강서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었는데, 이 지역은 통일교가 구상한 해저터널의 한국 쪽 시발점이자 선착장 건설 후보지였다.
특검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의 이같은 진술을 확보한 이후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내사 사건번호만 부여한 채 4개월간 사실상 의혹을 방치했다. 다만 특검팀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는 전제 하에 구체적 청탁과 함께 대가성이 있는 금품을 제공한 뇌물 혐의 의혹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검팀이 사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한 이후 경찰은 전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출국금지했다.
한학자 자서전 들고 통일교 관계자와 기념촬영

신한국 지도자 만찬 이외에도 전 의원은 2018~2020년 ‘사단법인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과 수시로 접촉했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은 통일교가 1987년 창설한 교단 조직이다. 전 의원은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의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는데, 5차례는 직접적인 행사 참석이었고, 나머지 한 차례는 축사만 보냈다. 특히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23일엔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관계자들과 함께 한학자 총재 자서전인 『인류의 눈물을 닦아주는 평화의 어머니』를 들고 기념사진까지 촬영했다.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관계자 중 한명은 이후 통일교 부산지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 총재 자서전에는 통일교 측의 청탁 사유로 의심받는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한 총재는 “일본과 한국이 한마음으로 한일해저터널을 연결해 전 세계를 잇는 평화고속도로를 만들 것을 다시 제창했다”며 “그 문을 활짝 열어 인종ㆍ종교ㆍ국가의 벽을 허물고, 하나님이 그렇게도 소원해 오신 평화세계를 이룩할 것”이라고 적었다.

2018년 8월 10일 전 의원은 부산 북구청사에서 해당 단체가 주관하는 ‘one Korea 피스로드 2018 통일대장정’ 행사에는 직접 참석해 축사했다. 피스로드는 1981년 문선명 초대 통일교 총재가 제안한 ‘국제평화 하이웨이’ 프로젝트에 기반한 것으로, 여기엔 한‧일 해저터널이 포함돼 있다. 전 의원과 이날 참석자들이 함께 찍은 사진에는 후원에 ‘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이 적힌 현수막도 찍혔다.
이밖에도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은 2018년 6월 8일과 2019년 2월 1일 전 의원을 만났다. 전 의원은 해당 단체가 주최한 2019년 3월 행사에는 내빈으로 참석했고, 같은 해 8월 7일 행사에는 축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의원 측은 한·일 해저터널과 관련해 통일교에 협조키로 약속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과거부터 해저터널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전 의원은 2021년 한 라디오에서 “해저터널을 하겠다는 건 일본은 아예 관심도 없는 사안일 뿐만 아니라 일본이 이익을 보는 만큼 우리 부·울·경이 손해를 본다. 철회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통일교 행사 참석 여부 등을 묻는 중앙일보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사진] 한학자 자서전 든 전재수](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12/15/aec9498c-59c9-4976-8c10-8129746c84e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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