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체대출 역성장 본격화···'이자 장사' 비판에 영업확대 골머리

2025-05-12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과 관련해 정부가 보증하는 이른바 정책대출 쏠림이 확대되면서 이 영향으로 은행 자체 대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이미 역성장에 들어갔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대출 규제 완화책 등 다양한 영업확대 시도에 나서고 있지만 '이자장사'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4월 말 기준 주택 관련 대출 잔액은 563조864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12월 말 555조5466억원과 비교하면 넉달 새 8조3178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가계대출이 불어난 이유로는 금리 인하기 속 봄철 이사 수요 등이 겹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일각에서는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에 소홀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늘어난 대출 규모를 뜯어보면 정부에서 서민을 위해 공급하는 디딤돌(주택담보대출·주담대), 버팀목(전세담보대출·전세대) 등 정책대출이 실질적인 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정책대출은 12조985억원 늘어났다. 상품별로는 주택담보대출 정책 상품 잔액이 8조4416억원 늘었고, 전세대출 정책 상품이 3조6570억원 증가했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이 자체 재원을 사용하는 주택담보대출은 4개월 새 오히려 3조7807억원 감소하며 역성장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작년 12월 말 약 464조4000억원에 달하던 5대 은행의 자체 주담대는 4월 말 약 460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시중은행들은 은행 재원 대출을 늘리지 않으면 향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대출은 은행 자체대출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체대출 감소세가 이어지면 추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최근 자체적으로 대출 규제 완화책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서울 외 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조건부(임대인 변경) 전세대출 취급을 허용하는 등 전세자금대출 리스크 관리 조치를 완화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9일부터 선순위 채권 말소 조건부 전세대출과 보유주택 처분 조건부 취급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자체대출이 감소세에 들어선 만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 가계대출이 늘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대부분 정책대출 영향이 크다"며 "은행 자체 재원 대출이 역성장하지 않도록 당국이 압박을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이 감소세에 들어선 자체대출을 늘리기 위해 주담대 등을 무리하게 키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월 장미대선을 앞둔 만큼 자칫 이자장사를 이어가려고 하는 모습으로 비쳐 사회적·정치적 비판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체대출 감소세가 눈에 띄는 것은 정책대출의 수요가 급증한 탓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보통 주담대로 이루어져 있고 주담대는 기본적으로 분할 상환 대출이다보니 신규가 없으면 다소 줄 수 있다"면서 "정책대출 수요자가 최근 크게 늘면서 비교적 은행 자체대출이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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