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공공기관 331곳이 지고 있는 빚이 741조원을 넘어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 규모는 비금융 공기업 가운데 가장 컸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 등 새 정부 정책이 공공기관 빚 부담을 더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국회예산정책처 ‘2025 대한민국 공공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LH의 부채 총계는 136조9975억원으로 비금융 공기업 107곳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한국전력공사(118조6569억원), 한국가스공사(46조2942억원), 한국도로공사(37조3819억원)가 뒤를 이었다.
전체 공공기관 331곳의 지난해 말 부채는 741조4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31조8327억원 늘었다. 특히 LH(7조3000억원), 도로공사(3조2000억원), 한전(2조9000억원) 등 주요 공기업의 부채가 1년 새 많이 증가했다. LH는 3기 신도시 개발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매입임대 사업을 하느라 부채가 불었다. 도공은 도로건설을 위한 차입금이, 한전은 전력공급비용과 전력설비 건설·보강을 위한 차입금이 늘었다. 준정부기관 중에선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부채 증가(8조7000억원)가 도드라졌다. 보금자리론 지원을 위한 공사채 발행이 늘어난 영향이다.
주요 공공기관 부채 증가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해 정부의 대규모 공공주택 사업을 수행하는 LH는 사채 발행 등으로 차입금이 늘고 있다. 공공주택 공급 확대도 부채를 키우는 정책이다. 한전 역시 전기요금 동결 기조 속에 전력 설비 등을 확충하느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LH와 한전을 포함해 35개 기관은 지난해 중장기재무관리계획을 수립했다. 계획에 따르면 이들 기관의 지난해 총부채는 701조9000억원인데, 2028년에는 795조1000억원으로 93조원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 전체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공기관 부채는 보통 국가가 보증하기 때문에 ‘숨은 나랏빚’으로도 불린다. 구멍이 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는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일반정부 부채(D2)를 국가 간 비교 기준으로 삼는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공공기관 부채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가 공공복지 정책을 추진할 때는 자금 조달 방안까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며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예산 확보 방법이나 사업 시기 등을 사업 주체인 공공기관이 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