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들이 가을 국회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내년 초부터 주요 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차례로 만료돼 사실상 '연임 레이스'가 시작된 상황에서, 각 지주는 연임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논란이 확산되지 않도록 총력 대응에 나선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하나·신한·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는 예년보다 빠르게 국정감사 대비모드에 들어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장이 모두 새로 선임되면서 변수가 늘어난 점이 부담 요인”이라면서 “특히 내년 초부터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지주는 새 정부 집권 이후 금융권 거버넌스 개편에도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내년 3월, KB금융은 11월 회장 임기가 만료된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모두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국정감사가 '1차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지주 첫번째 국감 현안은 내부통제 문제다. 새 정부가 금융 소비자보호를 연일 강조하는데다 올해 시행된 금융권 책무구조도가 은행장, 지주 회장을 직접 겨눌 수 있는 만큼 치명적 사안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이 취약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8월 현재까지 5대 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에서 공시한 금융사고는 20여건으로 사고 금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0%p 늘어난 수치다. 최근에도 6월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법인에서 약 24억원,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에서 약 34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등 해외 자회사까지 사고가 번졌다.
금융사 관계자는 “내부통제 리스크는 곧장 지주 회장 연임과 직결될 수 있어 방어 논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가계대출 증가세다. 정부와 은행권이 지난해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전체 가계대출은 계속 불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일반가정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한 대금 등을 합한 금액)은 1952조8000억원으로, 1분기 말 대비 24조6000억원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새 정부가 출범 이후 가계대출 기반 성장 대신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만큼, 각 금융지주는 국감을 전후해 '실질적 성과'를 강조해야 하는 숙제를 안을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는 하반기 들어 은행을 중심으로 △상생기금 조성 △스타트업지원 △기업대출 강화 등 생산적 금융 관련 메세지를 내놓는 중이다.
금융지주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은 28일 오후 은행연합회에서 20개 은행장과 상견례를 겸한 업권 간담회를 진행한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자리를 '신임 원장 성향과 문제의식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입장에서는 당장 국감 리스크 관리가 최대 과제”라면서 “신임 감독당국 수장 기조와 맞물려 연말까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