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2025-06-19

김길웅, 칼럼니스트

규격이 따로 정해 있진 않지만, 돌 중에 좀 작은 축에 드는 것을 일러 돌멩이라 한다. 흔히 성인 남자가 한 손에 들 수 있는 정도를 일컫는다. 어림짐작으로 그 이상 크기면 바위, 그 이하는 자갈이라 보면 좋을 것이다. 돌멩이 가운데도 특히 겉이 조악지 않고 매끈한 것을 구분해 조약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크기가 어중간하나 둥글둥글한 것으로 몽돌(모오리돌)이라 하는 하는 것도 있다. 몽돌해변이라 할 만큼 오랜 세월을 두고 바닷물에 씻겨 동글동글해진 돌을 따로 일컬음이다. 산 속의 냇가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산자락에서 큰비를 맞고 흘러 내리는 물에 씻겨 연마된 것들이다. 돌 하나를 보면서도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돌멩이는 작다고 나무라지 못한다. 자칫하다 흉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다고 무시하지 못할 게 돌멩이다. 감정 조절에 실패하면 언제든지 손에 들고 상대를 해치는 짱돌로 둔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인류의 원시적인 무기로 쓰인 도구가 바로 돌멩이다. 신라·고려 시대에 돌팔매를 담당하는 특수 병종이 존재했다 하고, 조선시대에는 마을끼리 편을 나눠 돌팔매질을 하는 석전(石戰)이라는 위험천만한 풍습이 있었다 할 정도다. 태종·양녕대군이 즐겼다고 한다. 투석형이라고 돌멩이를 마구 던져서 사형수를 죽이는 형벌도 있었다지 않은가.

돌멩이는 흔하다. 제주에서는 시골에 가면 길가에 널려 있는 게 돌멩이라 귀하게 대접을 받지 못한다. 희소가치가 전혀 없어서다. 나 같은 제주의 시골 출신은 돌멩이를 내다 버리는 것쯤으로 생각한다. 이리 차이고 저리 구르고 내팽개치는 처량하기 짝이 없는 신세다. 하지만 옛날에는 지금처럼 홀대받지 않고 제법 대접을 받았다. 초가집을 지으려면 돌멩이가 필수적인 건축 자재였다. 진흙을 짓이겨 산도 짚에 섞어 외벽을 올릴 때 돌멩이가 없어선 안 된다. 앞뒤로 들어가며 집의 높이만큼 돌멩이를 쌓아야 한다. 진흙과 산도 짚과 돌멩이의 삼자 조합은 단단해 삼대를 살고도 끄떡없을 정도로 질기고 견고했다. 시멘트는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 얘기다.

그뿐이랴. 고샅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긴 올레의 돌담도, 집을 두르던 울담을 쌓은 것도 돌멩이였다. 이것으로도 돌멩이가 제주인들의 생활에 얼마나 기여했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돌멩이의 용처는 무궁무진해 보인다. 마을에 사방공사를 하면서 아래 축대를 쌓거나, 담벼락을 올릴 때도 돌멩이는 요긴한 자재가 될 것이다. 지천인 돌멩이는 시멘트로 만든 블록이 따를 수 없는 이점이 있다. 인력으로는 안 되는 자연미의 창출, 큰돈 안 들이고도 눈앞으로 아름답고 조화로운 풍경 하날 보탤 수 있지 않을까.

아파트 몇 군데에 좋은 예가 있다. 화단 둘레를 돌멩이들로 두르고 있다. 시간이 지나자 돌멩이에 콩짜개덩굴이 뻗고, 이끼가 퍼렇게 돋아났다. 자연미의 극치다. 시멘트 구조물로는 어림없는 조경으로 다가온다. 경내를 산책할 때 빼놓지 않고 거치고 있다. 돌멩이가 이곳저곳에 쓰일 데가 적잖을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 사치한 것 아닐는지.

돌멩이로 쌓은 화단 앞에 한참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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