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원에 산 샤넬백, 지금은 1200만원 넘어"…값 오르는데도 줄서는 사람들 [돈터치미]

2025-11-04

나를 '터치'하는 '돈'과 ‘소비’의 모든 순간을 포착합니다. <편집자주>

“예뻐서 샀는데 지금은 10배 넘게 올랐어요.”

배우 고준희의 이 말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다. 요즘 소비자들에겐 ‘명품’이 더 이상 사치가 아니라 투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명품 가격이 끝없이 오르는 가운데, ‘샤테크(샤넬+재테크)’와 ‘롤테크(롤렉스+재테크)’가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소비를 넘어 ‘명품은 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방 하나로 수년 만에 수백 퍼센트의 수익을 올린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가격이 오를수록 더 산다…“오늘이 제일 싸다”는 명품 시장

샤넬은 4일 대표 제품 ‘클래식 플랩백(일명 25백)’ 시리즈의 가격을 평균 9.3% 인상했다. 스몰 사이즈는 907만원에서 992만원으로 85만원, 미디엄은 970만원에서 1073만원으로 103만원, 라지백은 1088만원에서 1177만원으로 89만원 올랐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샤넬은 분기마다 전 세계 시장 가격을 재조정한다”며 “가격 인상 때마다 오히려 구매 대기줄이 길어지는 역설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업계의 가격 인상은 이제 상시적이다.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비롯한 ‘에루샤디’(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디올)의 주요 제품은 지난 10년간 평균 20%씩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의 10배가 넘는다. 샤넬 클래식 미디움은 2015년 538만원에서 현재 1660만원으로 200% 넘게 올랐다.

“그때는 예뻐서 샀는데”…연예인들이 증명한 ‘샤테크’

샤넬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과거 구매했던 가방이 수배 이상 올랐다는 연예인들의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배우 고준희는 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예전엔 12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10배 넘게 올랐다”며 “그땐 그냥 예뻐서 샀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재테크였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더스트백 속 수십 개의 샤넬백을 공개하며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진짜로 몇 개나 있는지 세어보기로 했다”고 웃었다.

모델 이현이 역시 “처음으로 산 명품 가방이 샤넬이었다. 가치가 오래가는 걸 하자고 해서 미니백을 샀다”며 당시 190만원이던 가방이 현재 100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못 구하는 제품이라 가격이 크게 오르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방송인 장영란은 시어머니에게 받은 샤넬백을 공개하며 “16년 전 300만~400만원대였던 가방이 지금은 중고시장에서 1800만원에 거래된다”고 밝혔다.

시계 시장으로 번진 ‘명품 재테크’…“롤렉스는 금보다 희귀”

명품 재테크는 이제 가방을 넘어 시계로 확산됐다. ‘롤테크’라 불리는 롤렉스 투자 열풍이 대표적이다. 배우 김성은은 유튜브에서 자신의 롤렉스 시계를 감정받은 결과 “15년 전 구입했는데 지금은 2500만원대라고 하더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감정 전문가는 “단종된 모델일수록 시세가 방어된다”며 “골드 제품은 2800만원 선까지 거래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파텍필립, 오데마피게, 바쉐론 콘스탄틴 등 고가 시계 브랜드도 리셀 시장에서 신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나도 샀다”…2030도 뛰어든 ‘샤테크’ 열풍

한때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명품 시장에 20~30대가 대거 진입하고 있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주요 브랜드의 가격 인상과 희소성은 이제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투자 신호’가 된 셈이다.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캐럿’, ‘트렌비’ 등에서는 매달 샤넬 클래식·루이비통 네버풀·에르메스 버킨백 등의 검색량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는 “금보다 샤넬이 낫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주식이나 금값은 떨어져도 샤넬은 안 떨어진다는 믿음이 ‘명품 투자’ 열풍을 밀어올리고 있다.

"명품 업계, 고급 이미지 구축 시급…업계 자정해야"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은 밴드웨건(대중이 선호하는 선택이나 행동을 따라가는 경향) 효과와 스놉(다수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은 흔한 제품이라 인식해 꺼리는 심리) 효과가 동시에 작용하는 분야"라며 "명품 가격이 오를수록 '찐부자'와 낙오자를 가릴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상 시 공급자 입장에서는 찐부자만 구매하는 브랜드가 되면서 더욱 '명품' 이미지를 구축하게 되는 데다가, 소비자가 줄더라도 (가격 인상으로 인한) 매출 상승효과를 누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또 가격 인상률이 너무 높은 것과 관련해서는 "고객을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다"며 "가격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명품 그룹다운 자정 노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도 매장 앞에는 오픈런 행렬이 이어진다.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이 ‘역설의 시장’은 이제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현대 소비의 축약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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