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산불' 공포 커지는데…지휘체계는 오락가락[양철민의 서울 이야기]

2025-05-13

산불대응 주관기관을 하나로 통일해 산불 방재 역량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법은 산불이 두군데 이상의 ‘시·군·구’에 걸쳐 발생하면 시·도지사가, 두군데 이상의 ‘시·도’에 걸쳐 발생하면 산림청장이 각각 통합지휘본부장이 되게끔 규정해 놓아 지휘체계 혼선이 불가피한 구조다.

14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최근 산불대응 관련 주요 쟁점 및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산불대응 주관기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해당법 시행령에 따라 산림청인 반면, 실제 산불진화는 산불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이는 관련 법 규정 때문으로 ‘산림보호법’ 제37조 및 제38조에 따르면 중·소형산불의 경우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또는 국유림관리소장이, 대형산불의 경우 시·도지사가 각각 산불현장 통합지휘본부장을 맡는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산림보호법이 산불대응 주관기관을 서로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일선 현장의 지휘체계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올 봄 영남 지방에서 발생한 ‘괴물산불’ 처럼 강풍에 의해 급속히 확산되는 형태의 산불은 관련 규정 때문에 발빠른 대응이 쉽지 않다.

실제 산불대응 발령기준은 피해면적, 풍속, 지속시간을 기준으로 초기대응과 확산대응(산불 1~3단계) 단계로 구분된다. 초기대응과 산불 1~2단계까지는 시장·군수·구청장 및 관할 국유림관리소장이, 산불 3단계에서는 시·도지사가 각각 지휘한다. 이 때문에 시장·군수·구청장이 지휘하는 초기 대응 단계에서는 50명의 진화인력 및 관할 진화헬기만 운용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소방관서 등의 협조를 받아 공동 대응할 수 있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적기 협조를 받기에는 한계가 명확한 셈이다. 특히 지휘체계를 놓고 시·군·구, 산림당국, 소방관서 간 혼선이 발생 가능성도 높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산불발생시 조기진화를 위해 초기대응 단계부터 시·군·구가 아닌 산림청·소방청 또는 시·도 차원에서 주도하도록 하고, 단계별 발령기준도 4단계에서 2~3단계로 줄여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그리고 이에 맞추어 현재 서로 다르게 규정되어 있는 산림보호법 제38조의 산불현장 통합지휘권자 규정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을 법체계적으로 정합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가 관련 법 개정에 소극적인 사이, 산불 관련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2010년대 대비 2020년대 산불피해 면적은 7.8배, 피해면적 100만㎡ 이상 대형산불은 3.7배씩 각각 증가했다. 보고서는 “산불의 대형화 추세는 전 지구적인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며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산악기온은 평년 대비 높았고, 특히 겨울철(12~2월)과 봄철(3~5월)의 기온이 이전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동기간 강수량의 월변동은 컸고, 대체로 겨울철부터 봄철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었다”며 “국립산림과학원의 기후변화에 의한 산불발생위험도 평가에서 2월, 4월, 5월의 산불발생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2000년 이후에는 1~3월과 11월 이후에도 산불발생위험도가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실화 등에 따른 산불 관련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2015년부터 최근 10년간 연평균 산불 발생 원인별 건수를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가 171.3건(31.4%)으로 비중이 가장 높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19년부터 5년간 산림 방화자 검거현황을 살펴보면 보면 검거율은 31.7~44.8% 수준인 반면 검거된 방화자 1131명 중 39명이 징역형, 190명이 벌금형에 각각 처해지는데 그쳤다. 나머지 902명은 기소유예 등으로 형사처분을 면했으며 2023년 기준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들의 1인당 평균 벌금액 또한 281만원에 그쳤다.

보고서는 “산림청은 산불 대응을 위해 산림보호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인력·시설·장비 확충 등이 포함된 장기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있고, 매년 ‘산불방지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또 2026년 2월 시행되는 산림재난방지법을 마련해 산불재난 대응을 위한 제도도 강화하고 있으나 산불발생 빈도는 증가하고, 대규모 산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산불대책이 예방-진화-피해복구의 측면에서 실효성 있게 수립되었는지, 또 충실히 이행되었는지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며 “또 산불대응을 위한 필요충분한 인력과 인프라 및 예산 등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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