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유럽 총괄 임원 전격 해고
판매 5개월 연속 감소...칼바람 거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글로벌 판매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북미와 유럽 지역의 판매·제조 운영을 총괄하던 핵심 임원을 전격 해고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CN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북미 및 유럽 판매·제조 운영 총괄 임원 오미드 아프샤르를 해고했다. 아프샤르는 지난해 승진했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나게 됐다. 함께 해고된 북미 담당 이사 제나 페루아 역시 테슬라의 부진한 판매 성적 속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조치는 테슬라가 주요 시장에서 연이은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단행됐다. 테슬라는 신차 출시 지연, 경쟁 심화,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 유럽 내 머스크의 우익 정치 행보에 대한 소비자 반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판매 실적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테슬라의 전 세계 전기차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줄었고, 순이익은 71% 급감했다. 머스크는 이에 “테슬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고 밝히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참여했던 '정부효율부(DOGE)'에서 손을 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후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개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판매 부진은 계속되고 있다. 5월 기준 테슬라의 영국·유럽 지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으며, 5개월 연속 하락세다. 오는 2분기 인도량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또다시 두 자릿수대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슬라 주가는 19%나 하락했다.
이번에 해고된 아프샤르는 2017년 테슬라에 합류해 CEO실에서 근무했으며, 2020년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건설된 테슬라의 핵심 생산기지 '기가 텍사스'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그는 스스로를 “머스크의 소방관”이라 칭하며 위기 상황에서 수습과 구조조정을 담당해 왔다.
또한 2022년에는 머스크의 주택 건축과 관련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특수 유리를 주문한 사실이 내부 조사로 드러나기도 했다. 조사 후 그는 스페이스X로 옮겨 스타십 생산 부사장을 맡았고, X(구 트위터)에도 합류했다. 이후 지난해 테슬라로 복귀했지만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테슬라의 고위급 인사 이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달 초 인공지능(AI) 부문 핵심 임원인 밀란 코박 부사장도 회사를 떠났다. 코박은 머스크가 테슬라를 로봇·AI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개발을 총괄하던 핵심 인물이었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