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개표 생중계가 일제히 ‘당선 확실’ 자막을 띄운 3일 오후 11시 45분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부부가 인천 계양 자택을 나와 지지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후보는 “이재명”을 연호하는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아직도 개표가 진행중이라 뭐라고 말씀드리기 섣부르기는 하지만, 만약 이대로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국민들의 위대한 결정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게 주어진 큰 책임과 사명을 우리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단정히 빗어넘긴 머리, 진회색 정장에 새파란 넥타이를 매고 양복 깃에는 태극기 배지를 달았다. 김혜경 여사는 차분한 진베이지 바지 정장을 입고 남편과 동행했다. 이 후보가 허리를 굽혀 인사할 때 함께 고개를 숙였고, 소감을 이야기하는 남편을 지긋이 바라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지자들이 건넨 꽃다발을 받아 김 여사에게 건넸다. 이 후보 부부는 공식 경호를 받으며 곧장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로 이동해 참모들을 격려했다.
이 후보는 이후 지지자들이 모인 국회 앞으로 이동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앞 도로에 별도의 개표방송 시청 공간을 마련했다. 오후 10시부터 지지자 찬조연설과 공연이 이어졌고, 지난 22일간 이어온 선거운동 영상도 상영했다.

민주당 6·3 대선 개표상황실이 차려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이날 오후 8시 정각 기쁨의 환호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됐다, 됐어!” 이 후보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12.4%포인트 차로 앞선다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화면을 주시하고 있던 80여명이 일제히 밝은 표정으로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만세와 쌍따봉이 교차하는 가운데 한켠에서 “이재명! 이재명!”을 연호했다.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이 결과는 국민께서 내란 세력에 불호령을 내리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상황실은 일찍부터 활기차고 분주했다. 20대 대선보다 높은 투표율에 분위기도 한껏 고무됐다. 선대위 관계자와 주요 당직자들은 오후 7시를 조금 넘은 시간부터 속속 상황실로 모여들었다. 이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내내 ‘1강’ 구도를 유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르는 조기대선이 “상대적으로 치르기 쉬운 선거”(전략통 의원)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민주당 선대위에서는 막판까지 득표율 50% 돌파 여부, 2위 후보와의 격차 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만년 험지로 여겼던 영남 지역에서 이번 기회에 새 기록을 세워보겠다는 의지도 컸다. 이날 이 후보의 출구조사 성적(51.7%)은 그간의 기대가 현실로 다가온다는 예고였다. 지역별 득표율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곳곳에서 안도를 넘어선 감탄이 메아리쳤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에서 이 후보가 선방한다는 결과에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선대위 지도부와 의원들은 서로 등을 두드리며 “다 이겼다”, “고생 많았다” 등의 격려를 주고받았다. 몇몇은 기념 셀카도 찍었다.

사실상 선거 결과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출구조사 발표 15여분 만에 꽉 찼던 상황실이 텅 비었다. 누군가가 “각 언론사에 ‘당선 유력’ 소식을 전하라”고 소리쳤다.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선관위가 당선을 확정하면 당선증을 교부받고 그 즉시 대통령 권한이 생겨 각종 보고를 받을 수 있다”며 “(내일은) 현충원 참배하고 오전 11시 넘어 선서식을 한다. 그러고 나서 집무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 후보는 이날 3건의 페이스북 글을 올리며 적극적으로 유권자와 소통했다. “오직 투표만이 무도한 내란을 멈추고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열 수 있다”고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혼란과 불신 속에 놓여 있다”며 “위대한 국민께서 엄중하고 단호하게 심판해 줄 것을 믿는다. 함께라면 못할 것이 하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