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닭볶음면 돌풍으로 시가총액 10조 원을 돌파하며 '면비디아(라면+엔비디아)'라는 별명까지 얻은 삼양식품에도 뼈아픈 과거가 있다.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36년 전 '우지(牛脂·소기름)파동'이다. 삼양식품은 이 사건 이후 우지를 금기처럼 여겨왔지만, 최근 우지를 활용한 신제품을 공개하며 과거의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한국 식품 업계를 뒤흔든 우지파동

삼양식품은 이달 3일 우지로 튀긴 라면 '삼양1963'을 내놨다. 1989년 우지파동이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36년이 지난 날이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이날 삼양1963을 소개하면서 "한때 금기처럼 여겼던 우지는 삼양라면의 풍미를 완성하는 진심의 재료였다"며 "창업주이자 시아버님이신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이 평생 품고 있었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린 것 같다"고 울먹였다.
우지파동은 1989년 11월 3일 검찰에 도착한 익명의 투서 한 장에서 시작됐다. 일부 라면 업체들이 공업용 우지를 사용한다는 제보였다. 검찰은 즉시 삼양식품과 삼립유지, 서울하인즈, 오뚜기식품, 부산유지 등 5개 업체 대표와 관계자 10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비누나 윤활유 원료로 사용하는 공업용 수입 소기름으로 라면을 팔아왔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한국 기준이 아닌 미국의 우지 분류 체계를 오해해 ‘비식용’이라는 표현이 확대 해석된 것이었으나,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되며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졌다.
삼양식품 측은 20년 전부터 정부가 동물성 지방 보급 차원에서 우지 사용을 권장했으며,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우지의 사용과 관련해 식품위생법상 검사에서 적격 인정을 받았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삼양식품은 결국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100만 박스가 넘는 라면을 폐기했으며 임직원 1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삼양식품의 추락과 명예회복

같은해 11월 말 정부는 우지 사용 제품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1997년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확정했지만 이미 8년이 지난 뒤였다.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는 동안 삼양식품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1963년 국내 최초의 라면을 선보이며 1960년대 시장 점유율 80%대를 유지했지만 우지파동 이후 점유율이 10%대까지 급락했다.
다만 이 사건으로 삼양식품이 업계 1위 자리에서 물러난 건 아니다. 우지파동은 삼양식품의 추락에 결정적이었을 뿐, 이미 삼양식품은 농심에 크게 밀리고 있었다. 농심은 육개장 사발면과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신라면 등 인기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1980년대 중반 시장 점유율 약 44%로 삼양식품(약 40%)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우지파동이 일어난 1989년에는 농심과 삼양식품의 점유율 격차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져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우지파동으로 삼양식품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건 맞지만 이미 업계 1위는 농심에 빼앗긴 이후였다"며 "이번 삼양1963의 출시로 삼양식품이 시장의 구도를 단숨에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삼양식품이 이번 신제품에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프리미엄 국물라면 시장을 공략해 붉닭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불닭볶음면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70%, 올해 상반기에는 77%에 달한다. 2023년 선보인 매운 국물라면 브랜드 ‘맵탱’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우지는 팜유보다 원가가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맛있고 영양가 높은 제품을 만들자는 마음에 삼양 1963 출시를 결정했다"며 "기존 삼양라면의 매출을 넘어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삼양1963은 단순한 복고 제품이 아닌 삼양의 창업 정신을 현대적으로 되살린 명예의 복원”이라며 “K푸드를 세계로 전파시키는 글로벌 식품 기업이 된 지금, 삼양식품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100년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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