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최선의 이익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전쟁 지속땐 인류 미래 위협”

2025-11-09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대해 “단기적 휴전이나 임시 합의로는 충분치 않다”며 “팔레스타인이 안전하고 번영하며 존엄한 국가가 되는 것이 이스라엘에게 최선의 이익”이라고 밝혔다.

하라리는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오직 관용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보장할 수 있다’는 기고문을 싣고 “이스라엘에게 진정한 평화를 주는 것은 1㎢의 사막이나 오아시스 하나를 더 주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에게 ‘좋은 이웃’을 주는 것이 진정한 평화”라며 “이는 팔레스타인이 울타리로 둘러싸인 구역들의 집합체가 아닌 진정한 국가가 될 때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싸워야 할 객관적 이유는 없다. 두 민족 모두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의 동일한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그 땅은 모든 주민들이 안전하고 번영하며 존엄하게 살 수 있을 만큼 넓고 풍요롭다”고 밝혔다.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객관적 영토나 자원 부족이 아니라 양측의 지나치게 단순화된 역사 서술이 만들어낸 잘못된 도덕적 확신”이라고 주장했다.

하라리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이 각자 믿는 역사 서사의 오류를 지적하며 두 민족이 서로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온주의(유대인 민족주의)가 팔레스타인 지역이 유대인의 민족적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로 유대인이 이 지역의 토착민이자 원주민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명백히 거짓”이라고 밝혔다. 수천년 동안 수많은 민족이 정착하고 이주하며 단일한 원주민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유대인이 로마에 의해 추방됐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며 대부분의 유대인이 경제적 이유로 자발적 이주를 택했다며 시온주의 이전 이 지역에 유대인 인구가 5%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하라리는 “2000년 전 유대왕국이 있었다는 사실이 20세기 유대인에게 소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며 “20세기 유대인 박해는 심각한 문제였지만, 팔레스타인인이 초래한 문제가 아니며, 해결할 책임도 없다”고 밝혔다.

하라리는 팔레스타인 역사 서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팔레스타인인 역시 이곳의 ‘원주민’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스라엘인은 유럽 식민주의자의 후손”라는 주장도 사실을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3000년 동안 이곳에 상당한 유대인 인구가 존재했으며, 현재 이스라엘 유대인의 절반은 1948년 이후 이집트·이라크·예멘 등에서 추방된 중동 출신 난민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하라리는 “현재 요르단과 지중해 사이에는 700만명이 넘는 유대인과 7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살고 있다”며 “2020년대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그 땅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양측 모두 100% 옳거나 그르지 않다”며 “전쟁의 악순환은 양측이 도덕적 확신을 버리고, 상대의 존재 권리를 인정하며 주먹을 쥔 채 맺는 휴전이 아니라 손을 내밀어 평화를 제시할 때만 끝날 수 있다”며 관용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라리는 발달하는 전쟁 기술 때문에 전쟁이 지속되면 인류 전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제 차세대 핵폭탄부터 AI 드론 부대, 완전 자율형 군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개발중인 강력한 신기술 때문에 모든 인간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 있다”며 “수십년 동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은 ‘두 민족을 위한 국가’였다. 양측이 더 관대해지지 않는다면 두 국가도, 두 민족도 없는 세상이 될지 모른다”고 밝혔다.

하라리는 예루살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로, <사피엔스> <호모데우스> 등 그의 대표작은 전 세계 65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며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는데, 지난해 4월엔 하레츠에 기고한 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며 “전쟁을 지속한다면 이스라엘과 중동 전체가 멸망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 이웃 아랍 국가들 사이에서 고립되면서 ‘중동의 북한’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라리는 팔레스타인 저항운동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동일시하는 ‘양비론’을 펼쳐 ‘자유주의 시오니즘’이란 비판을 받기도 한다. 지난 3월 하라리가 연세대학교에서 강연을 열었을 때 반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이들은 “하라리가 학살의 근원적 문제는 지적하지 않고 양비론으로 이스라엘의 책임을 삭제하려는 듯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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