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와이프의 일상와인
WW의 일상와인① 감자탕레드
안녕하세요? ‘WW의 일상와인’을 연재하게 된 ‘위키드 와이프(Wicked Wife)’ 이영지입니다. 앞으로 WW라는 약자가 나오면 저인 줄 아세요.
오늘부터 제가 들려드리는 와인 이야기에는 기존의 와인 문법에서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낯선 이름들이 막 나올 거예요. 예를 들면 ‘떡볶이스파클링’ ‘만두화이트’ 같은 이름이에요. 이 장난스러운 고유명사는 물론 진짜 와인 이름이 아니에요. 떡볶이에 어울리는 와인, 만두에 어울리는 와인을 빗대어 표현한 것이랍니다. 와인 종주국의 단어로 표현하자면 영어로는 ‘페어링’, 프랑스어로는 ‘마리아주’쯤 되겠네요.
제가 맨 처음 붙인 이름이지만, 와인을 어렵다고만 느꼈던 분들에겐 꽤 흥미를 끌었나 봐요. 인스타그램에서 일상와인을 소개한 게 1년쯤 됐는데, 구독자가 9만 명이 다 돼 가거든요. 서울 성수동의 일상와인 편집숍 ‘위키드 와이프’도 손님이 부쩍 늘었고요. 어쩌다 일상와인을 시작하게 됐느냐고요? 이야기가 긴 데 들어보실래요?

떡볶이스파클링의 충격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그러니까 제가 스물세 살이던 해. 저는 호주 멜버른으로 어학연수를 갔었어요. 남반구의 그 도시에서 제 인생을 바꾸는 경험을 했답니다. 와인 가게에 가득 진열된 와인병을 보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어요. 저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은 전부 다 맛이 다를 것이고, 전부 다 맛있겠구나. 와인은 쥐뿔도 모르면서 막연한 확신이 들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근처 한식당에서 ‘떡볶이스파클링’의 원조를 경험하게 되었답니다. 아르바이트하던 헤어핀 가게의 사장님이 마련한 회식 자리였어요. 그 도시도 한식은 비싼 음식이었지만, 배포가 큰 사장님이 떡볶이·제육볶음·고추장불고기·김치찜 등 온통 시뻘건 제 소울푸드를 한껏 주문해 주셨어요.
하이라이트는 사장님이 가방에서 와인을 꺼내는 순간이었는데, 그때 두 손 모아 공손히 맥주잔을 쥐고 있었어요. 생각해 보니 제 첫 와인잔은 맥주잔이었네요. 그날 저는 구석에서 떡볶이 한입, 와인 한 모금을 무한 반복해 먹고 마시며 조용히 취했어요. 그날 밤 흔들흔들한 걸음으로 귀가하면서 어렴풋이 알았어요. 이 기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그날의 식사를 표현하는 단어가 ‘페어링’이었다는 걸 안 건 한참 지나고 나서입니다. 맵고 자극적인 요리에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을 곁들이면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먹게 만드는 힘이 생긴다는 것, 그 힘이 바로 와인과 음식이 만나 궁합을 이루는 ‘마리아주’의 개념이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감각과 본능은 무서운 것이라, 저는 그날 이후 영어 공부는 외면하고 1년 가까운 시간을 와인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호주를 대표하는 와인인 ‘제이콥스 쉬라즈’와 ‘토브렉 쉬라’를 먹었다, 뱉었다, 마셨다, 감동했다, 무한 반복하는 나날이 이어졌어요.
서울에 돌아와서도 실습은 계속되었어요. 마트와 주류 전문점, 백화점과 시음회를 공략하며 ‘몬테스 알파’와 ‘샤토 탈보’를 ‘내돈내산’ 먹어보기 시작한 거예요. 와인을 좋아하니 주변에 와인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게 되었어요. 와인 좋아하는 사람끼리 산으로 바다로 자주 떠났는데, 여행의 주제는 대부분 그 지역의 음식 그리고 지역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이었어요. 어디로 떠나든 배낭에 와인 서너 병을 담았고요.
감자탕레드의 탄생

어느 겨울밤 저녁 메뉴가 감자탕이었겠지요. 제가 배낭에 주섬주섬 담아 온 와인은 여러분도 잘 아는 ‘옐로테일 쉬라즈’였습니다. 편의점에서 한 병에 1만원대에 파는 대표적인 저가 와인이지요.
와인잔이 없는 식당이라 맥주잔에 와인을 콸콸 따랐고, 돼지 척추뼈에 붙은 양념투성이 살점을 우물우물 먹다가 와인 한 모금, 다시 고기 한 점, 다시 와인 한 모금을 마시는 걸 또 무한 반복했답니다. 생각해 보니 페어링이 뭐냐고 누가 묻는다면, 굳이 어렵게 설명해줄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 페이링은요.
나도 모르게 계속 먹고 마시고 반복하고 있으면, 그게 페어링인 것 같아요. 페어링은 몸이 알아서 증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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