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취업과 결혼은 점점 늦어지는데, 평균 수명이 늘면서 상대적인 은퇴 시기는 빨라진다. 아이를 어디까지 뒷바라지해야 할지, 노후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셈법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여기, ‘계약’이란 독특한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은 중년 부부가 있다. 24만 구독자를 지닌 노후 주거 전문 유튜버 문성택(57)·유영란(56) 부부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10년 전 일명 ‘행복 계약서’를 만들어 10대였던 세 아이에게 들이밀었다. 학자금과 결혼·독립 자금과 증여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된 계약서는 총 3개 조항으로 구성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필요한 돈은 원금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대출해 준다는 내용이다. 지원 대상은 학자금(생활비 포함)과 결혼·독립 자금으로, 학자금은 6개월마다 최대 500만원, 독립 자금은 최대 5000만원으로 대출 규모도 정해 놨다. 취업 이후 매달 급여의 10% 이상을 갚아야 한다. 이 조항을 성실이 이행하면, 부부가 75세가 될 때 미리 재산을 증여한다는 조항도 있다. 세무·상속·법률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았을 정도로, 부부는 진지하다.
“야박하다”는 주변의 핀잔에도 두 사람이 흔들리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밥벌이하게 하고, 부부 역시 노후에 부담이 되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게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라고 믿는다. 첫 딸이 취업하면서 학자금 대출을 받기 시작한 지 어느덧 6년, 부부는 자신들의 경험을 담아『행복계약서』라는 책을 냈다. 두 사람의 유별난 계약서는 효과가 있었을까? 지난달 24일 경기 수원 자택에서 부부를 만났다.
📄제1조: 관계를 지키려 원칙을 세웠다
총 세 개 조항으로 구성된 계약서의 제1 조항은 목적을 담고 있다. 그 목적은 관계를 지키는 것이다. 계약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하지만, 두 사람은 “돈보다 중요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계약서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 계약서를 썼다고요?
문성택(이하 문): 저는 25년간 한의사로 일했는데요. 병원을 찾는 단골 노인 환자들이 가족 문제를 하소연하곤 했어요. 들어보면 돈 때문에 생긴 문제가 많았죠. ‘부모님이 이 정도는 해주겠지’ ‘설마 애들이 나 몰라라 할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품고, 정작 돈 얘기를 솔직히 하지 않아서 쌓인 문제들이죠. 부모와 자식 간에도 경제적 문제에 관한 원칙과 약속이 있어야 관계도, 행복도 지킬 수 있겠더라고요. 더구나 저희는 아이가 셋이니 더 공평해야 했고요.
취업도, 결혼도 쉽지 않은 시대인데요. 부모가 자녀를 지원을 해주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