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르디올라가 씨를 뿌린 포지셔널 플레이, 시대를 지배하는 숲이 됐다

2025-04-29

포지셔널 플레이(Positional Play), 일명 ‘포지셔널 축구’는 더 이상 특정 팀만의 전략이 아니다. 과르디올라가 요한 크루이프와 루이 판 할에게서 배운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확립한 이 모델은 이미 유럽축구의 지배적인 틀이 됐다. 그리고 지금, 아르테타(아스널), 루이스 엔리케(PSG), 플릭(바르셀로나)이라는 ‘과르디올라 사단’은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무대에 오르며 그 진화를 증명하고 있다고 BBC가 30일 보도했다.

포지셔널 축구에 대한 반발도 존재한다. 일부는 이를 “선수들을 로봇처럼 만든다”, “즉흥성과 혼란이 사라졌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리버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전통적 강호조차 이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다.

포지셔널 플레이는 단순한 스타일이 아니다. 구조화된 승리 모델이자, 전 세계 축구 교육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수비는 조직, 공격은 자유”였던 전통적 접근이 이제는 공격마저 세밀하게 구조화하려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단, 골 결정력(피니시)은 여전히 예외다. 현대 축구는 아직 마지막 슈팅 순간까지 완벽하게 시스템화하지 못했다.

아르테타는 “과르디올라 밑에서 일한 경험이 코치로서 내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꿨다”고 말했다. 루이스 엔리케는 “펩의 팀을 보는 것만으로도 항상 배운다”고 밝혔다. 플릭 역시 “그의 훈련은 나에게 충격이었다. 공간을 통제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해법을 찾는 방식은 역대 최고의 사고방식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번 시즌 PSG는 과거처럼 단순한 개인기 의존이 아니라, 공격에서도 포지셔널 원칙을 철저히 이식했다. 공을 빼앗긴 직후 즉시 압박에 나서는 시스템까지 갖췄다. 바르셀로나의 플릭도 같은 방향성을 따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과르디올라식 원형을 맹목적으로 복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구단의 문화적 색깔과 상황에 맞춰 변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구조와 자유’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나오고 있다.

모든 구단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완성의 팀들은 여전히 포지셔널 모델을 완성하지 못해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이는 “모델이 틀렸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축구가 과도기를 거치며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BBC는 “과거에도 모든 팀이 70년대 리버풀처럼, 80년대 AC 밀란처럼 완벽하게 뛰지는 못했다. 시대를 대표하는 모델이 있었고, 그 모델을 흉내 내려는 시도가 넘쳐났다. 현재 포지셔널 축구는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해석했다.

유럽 전역에서 수비수들이 단순 수비가 아니라 ‘빌드업의 건축가’로 대우받기 시작했다. 반다이크, 파우 토레스, 파우 쿠바르시 같은 선수들이 새로운 롤모델이 되고 있다. “과거가 더 좋았다”는 향수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축구는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집단적이며, 지능적이다. 코칭하기도, 플레이하기도 더 어려운 시대다. 그리고 최고 수준에서는, 더 아름답다. 5년 뒤, 포지셔널 플레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보편화될 전망이다. 이는 강요가 아니다. 진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BBC는 “다음 세대 감독들은 이미 포지셔널 플레이를 ‘모국어’처럼 익히고 있다”며 “문화는 한번 방향을 잡으면 거스를 수 없다. 지금 우리는 그 거대한 변화를 지켜보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BBC는 이어 “모든 레스토랑이 미슐랭 스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냉동식품은 내놓지 말아야 한다”며 “과르디올라가 뿌린 씨앗은 이제, 시대를 지배하는 숲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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