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29일부터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한·미 정상도 각각 재계 리더들 앞에서 글로벌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로 30년째를 맞는 APEC CEO 서밋은 세션 수(20개)·참석 연사 수(70여명)·해외 정상 수(14명) 등 모든 면에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기간도 총 4일 일정으로, 지난해 페루에서 열린 CEO 서밋(3일)보다 하루 더 늘었다.

CEO 서밋 의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이날 오전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1000년 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는 무역과 외교, 문화와 과학기술의 중심지였다. 동양의 ‘실리콘밸리’라 할 수 있었다”라며 “오늘 우리는 그 경주의 지혜와 유산을 계승해 새로운 시대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세계 경제는 거대한 전환의 파도를 맞이하고 있다. 공급망 재편, AI와 신기술 경쟁,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APEC CEO 서밋은 실행과 행동의 플랫폼이자 새로운 협력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특별연설에 나선 이 대통령은 1996년 APEC 기업인 여행 카드 도입, 2011년 국경 간 개인정보 보호 제도 신설 등의 사례를 들며 기업인들의 역할과 중요성을 먼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고개를 들며 당장의 생존이 시급해진 시대에 협력과 상생, 포용적 성장을 공허하게 들릴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이런 위기일수록 연대의 플랫폼인 APEC 역할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거론하며 “(작품에선) 아이돌과 팬들이 어둠을 물리치는 ‘혼문’을 완성하기 위해 강력하게 연대한다. 연대와 협력이 우리를 더 밝은 미래로 이끄는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개회식엔 이 대통령, 최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최수연 네이버 CEO 등 주요 그룹 재계 총수와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계 수장이 대거 참석했다. 해외 기업인으론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케빈 쉬 메보(MEBO) 그룹 회장, 데이비드 힐 딜로이트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사이먼 칸 구글 APAC 부사장 등이 자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해외정상으로서 처음으로 연단에 올라 “우리(한·미)는 매우 특별한 관계와 유대를 가지고 있다. 실제 우리는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선박을 제대로 건조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시작하고, 매우 번창하는 조선업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화오션이 투자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콕 집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조선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경주’ 발음을 강조하며 “발음 잘했느냐”라고 되물으며 청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날 ‘Bridge(연결)’를 주제로 진행된 다른 세션에서도 디지털 상거래, AI 주도 경제, 금융·투자 전략, 디지털 화폐, 탄소 중립 등 다양한 주제로 연설이 이어졌다. AWS의 가먼 CEO는 이날 AI 에이전트의 대규모 확산을 위해 2028년까지 400억 달러 이상을 APEC 14개 경제체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유하기도 했다. K팝 그룹 BTS 멤버 RM은 APEC 지도자들을 향해 “전 세계 많은 크리에이터를 재정적으로 지원해달라. 예술이야말로 가장 빠르게 다양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경주 예술의 전당에선 네트워킹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허태수 GS 회장은 이날 가먼 CEO와 만나 AI 전환을 위해 상호 협력 관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허 회장은 한국경제인협회 AI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재용 회장 등 다른 총수들도 해외 기업인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오후 5시부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여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이 열렸다. 한·미 기업인 20여명이 모인 가운데 한국에선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그룹 총수와 정기선·최윤범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어지는 100여명 규모의 대규모 만찬에선 보다 자유롭게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측이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감사를 표하는 의미로 마련한 자리”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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