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공지능'은 광고문구?... AI 방향성 잃은 메타 [위클리 디지털포스트]

2025-09-04

[디지털포스트(PC사랑)=이백현 기자] 인공지능(AI) 분야는 이제 기업들에게 일종의 보증된 흥행수표로 자리잡았습니다. 스타트업, 대기업 할 것 없이 'AI'를 자사 핵심 키워드로 노력하고 있고, 'AI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든지, 'AI 전환(AX)'을 외치는 기업들을 발에 채일 정도로 흔하게 볼 수 있죠. 이러한 흐름은 특정 예능프로그램이 흥행하면 유사한 예능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AI 흐름을 선도하고 있는 빅테크는 어떨까요? 오픈AI가 GPT-5를 공개하기 전 '핵무기를 만든 것 같았다'고 발언하는 등 이슈몰이를 노렸고, 메타가 아예 사람을 뛰어넘는 초지능을 개발하겠다며 메타 초지능연구소(MSL)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빅테크도 이슈와 화제성의 힘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아직까지 깜짝 놀랄 만한 결과물을 내놓은 기업은 드문데요. 오픈AI 수장인 샘 올트먼은 자극적인 발언을 남발하면서 '허풍쟁이' 이미지가 생겨난 데다가, 메타 초지능연구소도 방향성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거든요.

사람을 뛰어넘는 초지능을 개발하겠다며 마크 저커버그가 야심차게 띄운 메타 초지능연구소(Meta Superintelligence Labs, MSL)가 최근 휘청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출범 초기엔 수천억원 대의 보상으로 인재를 영입하며 오픈AI를 위협할 회사로 주목받았지만 지금은 좀 사정이 다른데요. 특히 오픈AI에서 영입한 인재들을 포함해 출범 석 달 만에 연구자들이 줄줄이 퇴사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돈으로도 인재 유치가 안 된다”는 회의론이 퍼지고 있죠.

인재들이 떠나는 이유는 잦은 조직 개편, 성과 압박과 더불어 비전과 방향성이 상실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메타가 내세웠던 라마(Llama) 4나 개발 중인 초거대 모델 ‘베히모스’도 기대 이하 성과를 보인 점도 사기를 깎았습니다.

실제로 메타 초지능연구소는 2025년 6월 출범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3명 이상의 핵심 연구자를 잃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오픈AI 출신의 리샤브 아가왈(Rishabh Agarwal)은 3월 합류했으나 8월 초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불과 5개월 만에 퇴사했죠. 또 다른 오픈AI 출신 연구자인 아비 베르마(Avi Verma)와 에단 나이트(Ethan Knight) 역시 메타에 합류한 지 한 달도 안 돼 곧바로 회사를 떠나 다시 오픈AI로 복귀했습니다. 여기에다 메타에서 5년 이상 근무해온 차야 나약(Chaya Nayak), 버트 마허(Bert Maher), 토니 리우(Tony Liu), 치하오 우(Chi-Hao Wu) 등 장기 재직자들까지 연구소를 떠나면서, 내부에서는 “출범 초기부터 인재가 빠져나가며 안정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와중에 슬슬 나오고 있는 지적이 ‘초지능’이라는 개념이 과도하게 포괄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일부 외신은 메타의 비전인 초지능(Superintelligence)를 ‘기존 AI 어시스턴트를 살짝 업그레이드한 형태’에 불과하다고 꼬집었고, 광고 문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로이터는 내부에서 ‘목표는 있지만 구체적 실현 계획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죠.

실제로 메타의 AI 수석 연구원이자 뉴욕 대학교 쿠란트 수학연구소의 교수인 얀 르쿤은 대표적인 일반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지난 5월 실리콘밸리를 다루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확장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AGI에 도달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죠. 그는 인간보다 뛰어난 초지능이 아닌,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능력을 가진 AGI조차 아직 달성되려면 10여년은 소요될 것이란 입장입니다. 이는 회사 내부에서도 '초지능'에 대한 개념과 비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실은 기자도 초지능연구소가 설립될 시기 즈음에 ‘일반인공지능도 멀었는데... 초인공지능 설레발’이라는 뉴스레터를 쓴 적이 있습니다. 이 레터를 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메타 초지능연구소가 출범하는 바람에, 내심 조마조마한(?) 심정이었거든요.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는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일이지만, 괜히 아는 체 생각을 늘어놓았다가 비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에 떨었습니다. 메타 덕분에 당분간 창피를 당할 염려를 덜게 됐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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