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해양 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미세 조류인 식물성 플랑크톤이 수세기에 걸쳐 해양 탄소 저장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플랑크톤은 개화 후 빠르게 소멸하며 포함한 탄소가 짧은 시간 안에 생태계로 재순환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중국과학원 남중국식물원(SCBG) 왕핑(Wang Faming) 교수 연구팀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견고한’ 탄소를 직접 바다로 방출해 장기간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연구진은 초고해상도 질량분석을 통해 6개 주요 플랑크톤 그룹을 조사한 결과, 배출된 탄소의 10% 이상이 ‘소급성 용해 유기탄소(RDOC)’ 형태로 축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RDOC는 바다에서 수백 년 동안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장기 탄소 저장소 역할을 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방출하는 용존 유기탄소(DOC)는 두 가지 경로를 따른다. 일부는 미생물에 의해 즉시 소비되는 ‘생체 이용 가능 DOC(BDOC)’로 전환되지만, 또 다른 일부는 장기 저장 형태인 RDOC로 변형된다. 이번 연구는 더 나아가 플랑크톤이 직접 RDOC를 분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플랑크톤의 분자 조성이 전 지구적 DOC 저장소의 크기와 안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종 다양성과 성장 주기가 짧은 플랑크톤의 특성은 탄소 이용 방식의 변동성을 높여, 그동안 조류 유래 DOC의 탄소 순환 역할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주어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팀은 초고해상도 질량분석, 위성 원격탐사, 기계학습 모델을 결합해 해양 DOC의 글로벌 데이터셋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플랑크톤의 그룹별, 성장 단계별 DOC 배출 차이를 정량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개화 단계의 플랑크톤이 쇠퇴 단계보다 훨씬 많은 RDOC를 생성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 제1저자인 루제(Lu Jie) 박사는 “이번 데이터셋과 최적화된 평가 모델을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플랑크톤 개화 시기 연장이나 군집 변화가 해양 DOC 저수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보다 신속하고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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